우리 동네엔 나 외엔 성당에 다니는 사람이 없는데 뒷집에서 들려오는 낭랑한 성호 긋는 소리에 뒷담을 넘어다 보니 외갓집에 다니러 온 영아가 동네 꼬마들을 불러 모아놓고 성호 긋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영아는 김천의 성당근처에 살고 있는 어린이로서 성당에 다닌지 채 1년도 되지않는 국민학교 1학년이다.
성당에 다닌지 10여년이 되었지만 동네에 함께 성당에 다닐 친구 하나 만들어 놓지 못한 내 처지를 생각할 때 영아의 전교하는 모습은 참으로 앙증맞고 귀엽기만 하고 반면에 내 모습은 한없이 초라하게만 느껴졌다.
그동안 혹시나 내가 성당에 나가자고 말을 꺼냈다가 거절을 당하거나 성당에 다니는 티 낸다는 비웃음을 사게 될까봐 망설였고 성당에 다닌답시고 괜히 농촌에서 일 잘하는 새댁들을 시내로 끌고 나가서 일손만 부족하게 한다는 비난의 소리를 들을까봐 심지어는 성당에 다니고 싶다는 이웃들을 외면한 채나 혼자서만 열심히 미사 참례하는 전교 할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하였다.
그런데 당당하게 친구들을 모아 놓고 성호 긋는 법을 가르치며 전교하는 영아의 모습에서 나는 참다운 예수님의 제자의 모습을 엿본것 같아서 가슴이 뿌듯해졌다.
그와 반대로 만일의 경우 가족이나 친척들이 화목을 내세워 배교를 강요한다면 서슴없이 예수님을 배반하고 달아나는 못난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떨칠수가 없다.
꼬마 영아를 통해 부끄러운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해 주신 주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면서 이제 부터라도 열심히 전교활동을 하여 우리 동네에 많은 천주교신자들을 탄생하게 하리라 다짐해 본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