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
20여년 전의 일이다.
D본당의 안나 할머니는 평생을 독신으로 사시며 겸손과 청빈이 몸에 밴 생활을 하셔서 주변의 신자들을 감동케 했는데 오막살이에다 성당으로 오가며 나무조각들을 줏어서 땔감으로 사용하실 정도로 검소하셨지만 성전건립기금으로 1억원을 낼만큼 남다른 면모가 있었다.
그러한 안나 할머니 댁에 어느날 불이났다.
주변의 신자들은 물론, 이웃 사람들까지 발을 동동 구르며『저를 어째?』하고 있는데 안나 할머니는 방안에 앉아 『이게 하느님의 뜻 일거예요』하고 죽기를 원하는게 아닌가? 아무리 나오라고 소리쳐도 말을 듣지 않자, 신자들이 성당에 가서 신부님께 알렸다.
그 당시 본당신부님은 성질 급한 P신부님이셨는데 대번에 불길 속으로 뛰어 들어 안나 할머니를 들춰 업고 나오시며, 『아이고, 이 할망구야! 하느님 뜻 좋아하네, 지 죽는 줄 뻔히 알면서 피하지도 않고 가만히 있으면 그게 자살이지 무슨 순교인줄 아나?』
★…직업…★
신부님이 외출에서 돌아 오시는 길이었다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는가 싶더니 어느새 땅거미가 내리 깔리는 시간이 되었다.
골목 어귀에 다다르자 거리를 청소하는 분이 리어카에 쓰레기를 가득 싣고 오르막을 오르고 있어 신부님이 뒤에서 밀어 주셨다.
『아이고, 뉘신지 고맙습니다』
『수고 많으십니다. 힘든 일을 하시는군요』
『네, 먹고 살기 위해서 이런 답니다. 이거 말고도 훨씬 쉽게 살아 가는 직업들이 많이고 하던데 말입니다』
이렇게 말을 주고 받으며 어느덧 언덕위에 다 올라와서 골목이 평지가 되었다.
신부님이 리어카 미는 것을 중단하고 나란히 걸으며 『저하고 직업을 바꿀까요?』하고 물었다.
『선생 직업이 뭔데요?』
『천주교 신부입니다』
『그만 두슈!』
※소담선생 75회(10월 8일자)「겁나네」는 특정본당ㆍ인물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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