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세계노인의 날」지극히 당연했던 미풍양속들이, 그래서 굳이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애쓰지 않았어도 몸에 밴 훈훈한 그리고 정겨운 우리네 삶의 모습들이 이제는 자취를 감추려 하고 있다.
윤리와 도덕과 양심의 자리에 물질과 탐욕으로 무뎌져가는 우리네의 삶을 보는 것 같다. 왠지 씁쓰레한 마음으로「노인의 날」을 보냈다.
『백발이 성성한 어른 앞에서 일어서고 나이 많은 노인을 공경하여라, 너희 하느님을 공경하여라, 나는 야훼이다』(레위1932).
노령이 갖는 중요하고도 탁월한 가치는 본래부터 인간 삶의 속성, 바로 그 자체에 들어 있다. 하느님께서도 인간이 완전해 질 수 있도록 창조하셨다. 그래서『내가 완전한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자 되어라』고 하시는 것이다.
「굽은 나무 선산(先山)을 지킨다」는 옛말처럼 노인의 지혜로움을 우린 곁에서 때론 그 품안에서 보고 알고 터득하면서 그렇게 살아 왔던 것이다.
물론, 반면에 살아온 햇수가 노년의 모든 노인들을 아름답고 영예롭게 하는 것이 아님을 또한 성서는 말하고 있다(집회25,2 참조).
다니엘서 13장 52~53절에는 죄없는 수산나를 단죄하고 있는 늙은 재판관을 향한 젊은 다니엘의 통쾌한 고발 대목이다.
「늙은 것처럼 쉬운 일은 없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것은 아름답게 늙어 가는 것」이라는 앙드레 지드의 말처럼 잘 사는 것은 젊어서나 나이가 드나 중요한 것임을 알게 된다. 허기야 몰라서 못사는 일은 거의 없다. 아는 만큼 행하면서 사는 것이 어렵기에 성서는 끊임없이 깨어 살라고 가르치고 있다.
「노인의 날」을 지내며 헷갈리는 감정의 교차점에서 오늘의 노인들을 생각하면서 착찹해 진다. 특히나 본인의 노력과 물려받은 유산ㆍ명예속에서 안분 자족한 노인들도 있지만 마음에 걸리고 생각나는 노인들은 그 반대의 환경에 처하신 병들고, 고독을 깊게 느끼고, 외롭고, 할일 없이 하루해를 힘겹게 사는 그런 분들이다.
바로 이런 노인들을 위해서 오늘 하루만이라도 사랑을 나누며, 관심을 가져 보자는 의미에서「노인의 날」이 있는게 아닐까 생각 드는 것이다.
아울러 사회 각층에서, 학계나 종교계, 사회복지 차원에서 노인들에 관한 제반 문제를 거론하면서 복지 사회구현이요, 정책 이요 … 등을 외치고 있고 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을, 복지한국을, 계획하고 제도를 마련하고 있는 연령층은 대부분이 현재의 중년층이요, 결국은 그들이 노후가 되어서 받을 제도적 장치를 수립하고 계획하는 것이기에 필자는 현재, 지금, 바로 여기서 이 시기를 살아 가는 각종 빈곤함에서 허덕이시는 노인들에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도움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싶다.
정작 올데 갈데 없는 노인들에게 무료양로원의 문턱은 너무 높고, 거리에서 시간 때우기로 하루해를 소일하시는 노인들에게 법은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게다가 결식노인들을 위한 그것도 극소수를 위해 혜택을 베푸는 종교단체의 작은 손 움직임 들을 바라다 보고만 있는 정책에 아쉬움이 크다.
노인 학회나 노인들을 위한 모임이 있는 곳에 참석해 보면 학자들의 이론이 무수히 쏟아져 나오고 연구발표도 활발하다.
우리 모두 언젠가 그날이 오면 그 자리, 거부할 수 없는「노인」의 자리에 우뚝 설것이기에 앞선 세대에게 존경과 깊은 애정으로, 뒤따라 오는 세대에게는 실천으로 보여주며 아름다운 미풍양속을 전해주는 전수자로서 살아 가야겠다. 그래서 특별한 날만이 아닌 매일을「노인의 날」로 생각하면서 새 하늘과 새 땅을 향한 여정에서 더불어 살아가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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