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간 성준이
성준이는 갑자기 몸이 하늘로 붕 떠오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성준이는 어느새 환한 빛의 터널 속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너무나 밝고 하얘서 눈을 뜰 수가 없었습니다. 성준이는 무서워서 엄마를 찾으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얼마나 울었을까, 빛의 터널 끝에 날개를 살짝 펄럭이는 천사가 미소 짓고 있었습니다. 성준이는 언제 울었냐는 얼굴로 입을 다물지 못하고 눈이 휘둥그래졌습니다. 천사가 손을 내밀었습니다. 성준이가 떨리는 마음으로 천사의 손을 잡았습니다. 따뜻했습니다. 천사가 부드럽게 속삭이듯 이야기했습니다.
“성준아, 이제 막 네가 지나온 빛의 터널은 너를 다시 태어나게 하는 하늘의 좁은 문, 생명의 문이란다. 천국에 온 걸 축하해!”
성준이는 얼떨떨했습니다. ‘아, 내가 천국엘 오다니!’ 여기저기 천사들이 바쁘게 날아다니고 머리에 동그란 테가 떠있는 사람들이 눈부신 하얀 옷을 입고 즐겁게 이야기하며 걷고 있었습니다. 꿈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성준이가 탄성을 지르며 사방을 둘러보는 동안 ‘베드로 문’ 앞에 도착했습니다. ‘베드로 문’은 모양이 특이했습니다. 기둥은 오팔의 황금으로 만들어지고 문짝은 큰 열쇠 모양이었습니다. 천사가 문 안쪽에 대고 자신의 소속과 이름을 이야기하자 문이 옆으로 스르르 열렸습니다. 천사는 성준이를 데리고 ‘베드로 문’으로 들어갔습니다. 컴퓨터 소리가 지잉~ 들리고 까만색 정장을 입은 천사들이 분주하게 왔다 갔다 했습니다. 많은 천사들이 있었지만 차분하고 조용했습니다. 방 가운데 깨끗하게 정리된 책상 앞에 수염 가득한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서 계산기를 두드리고 계셨습니다. 얼른 보아도 그분이 베드로님인걸 알 수 있었습니다. 성준이를 데리고 온 천사가 베드로님에게 가서 낮은 소리로 몇 마디 말을 건넸습니다. 이야기를 듣던 베드로님이 성준이를 힐끗 보았습니다. 곧 천사가 성준이에게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을 했습니다. 성준이는 긴장된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꾸벅 절을 했습니다.
“오호, 네가 성준이냐. 녀석 똘똘하게 생겼구나. 그러면, 보자~”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시는 베드로님의 얼굴은 투박하지만 마음씨 좋게 생겼습니다.
컴퓨터 프린터기에서 위잉~ 소리가 나면서 종이가 한 장 나왔습니다. ‘천국시민증’ 이었습니다. 성준이는 놀라서 물었습니다.
“우와, 베드로님 요즘은 천국에도 컴퓨터를 사용하는군요!”
“허허 녀석두, 현대인들은 너무 복잡해서 심판하기가 단순하지가 않아요. 하느님도 골치가 많이 아프시지. 컴퓨터 덕분에 예수님이랑 하느님께서 휴가를 가실 수가 있게 되었단다. 마침 두 분이 휴가를 떠나시고 안 계시니 넌 먼저 네 방에 가 있어라, 인사는 나중에 드리도록 하고. 그럼, 이만 바빠서….”
마음대로 가질 수 없는 딱 한 가지
베드로님이 천사에게 방으로 안내하라고 눈짓을 했습니다. 하느님과 예수님께서 휴가를 떠나셨다는 말에 성준이는 적이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러나 기다리면 돌아오실 테니 억울할 건 없었습니다. 천사를 따라서 긴 복도를 걸어갔습니다. 방문마다 사람들 이름이 있고, 안에서 즐겁게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성준이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자 놀라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역시 천국이었습니다. 게임기에 만화, 비디오, 최신형 컴퓨터, 텔레비전, 스마트폰, 없는 게 없었습니다. 잔소리할 엄마만 없고… 신이 난 성준이는 컴퓨터를 켜고 냉장고를 열었습니다. 아이스크림에 초콜릿, 과일… 온갖 주전부리가 가득했습니다. 이것저것 꺼내서 옆에 쌓아 놓고 먹으며 만화를 펼쳤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춥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안을 둘러보니 따뜻하게 피어 있던 난로 기름이 다 되었는지 불이 깜박거렸습니다. 성준이는 천사를 불러 난로 기름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천사가 아주 곤혹스러운 얼굴로 말했습니다.
“성준아, 천국엔 무엇이든 가질 수 있지만, 딱 한 가지, 기름만은 마음대로 가질 수가 없단다. 난로 기름은 살아 있을 때 착한 일을 하면 조금씩 채워지기 때문이란다. 나도 도와 줄 수가 없어서 미안하구나.”
천사는 가버렸습니다. 성준이는 점점 추워져서 울면서 엄마를 찾았습니다. 그때 엄마가 성준이를 흔들어 깨우며 말했습니다.
“얘가 선풍기를 틀어 놓고 자면서 울긴 왜 울어?”
앗! 다행입니다. 꿈입니다. 휴~ 하늘나라 난로에 기름이 가득 차도록 착한 일을 많이 해야겠습니다.
지구라는, 세상이라는 방주에 타고 계시는 여러분, 여러분은 착한 기름을 얼마나 모으셨나요?
백남해 신부는 마산교구 소속으로 1992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사회사목 담당, 마산시장애인복지관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창원시진해종합사회복지관장과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장으로 사목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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