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계에서는 데블즈 애드버케이트(devils advocate: 악마의 옹호자)란 용어가 있다. 이는 비판 기능을 존재이유로 하는 자로, 반대 혹은 부정적 견해를 짐짓 옹호해 보는 역할을 맡은 사람을 일컫는다.
그래서 책임자 위치에 있는 사람은 그 사람에게 항상 반대와 비판의 입장을 개진(開陳)하는 역할을 주어 어떤 정책 결정에 있어서나 모든 국민의 의사를 남김없이 검토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로 이렇게 함으로써 정책결정 과정에 있어서의 찬ㆍ반 토론을 통해 보다 훌륭한 결정을 할 수 있음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오늘날 우리사회 구석 구석에서는 정치적 사회적 결정에 따른 끊임없는 시위 사태가 빚어지는 것은 이와 결코 무관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각 부처의 책임자나 인사권자들도 하나의 결정을 하기까지는 사회 각계 각층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신중을 기하고는 있다지만, 정책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보좌관들이 올바른 비판적 기능을 가졌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 정치의 현실이 아닐까 한다.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 보좌관들의 장기집권에 대한 태도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정치역사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나 요즘같이 정치생명이 극히 짧아진 상황에서는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을 것임에 대과가 없을 줄 안다.
이는 종교계라고 해서 결코 예외일 수는 없다. 각 본당에서의 각종 사업과 행사에 관한 결정만 보더라도 사목위원들과 교사들의 올바른 역할 수행은 기대할 수 없는 노릇이다.
정치계건 종교계건 독단이나 독선은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비판이나 반대의견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 관대한 포용력과 넓은 가슴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맹상군(孟嘗君)이 식객(食客) 3천을 거느린 것은 그 식객 지식인으로부터 단 한번씩 만이라도 옳은 소리를 듣기 위함이었다는 고사(故事)가 문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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