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나는 큰맘 먹고 바쁘다는 핑계로 계속 미루어 왔던 여름옷 정리를 하면서, 우리 어머니들이 집안을 닦고 치우고 정리하는, 이런 살림이란 것이 얼마나 큰일인지 새삼 깨달았다. 홀아비로 혼자사는 신부이긴 하지만 우리도 나름대로「살림」이란게 있다. 잠시 한눈을 팔면 책상위에 산처럼 쌓이는 우편물, 인쇄물들…. 철따라 옷장도 정리해야 하고, 이부자리도 바꿔야하고....
그동안 내딴에는 열심히 버린다고 버렸지만 그래도 1,2년이 지나면서 책도 많이 늘고 옷도 많이 늘었고, 그만큼 나에게 허락된 공간이 부족하다는 걸 느낄수 있었다. 그중에서 다른 건 다 그렇다 치더라도 불어나는 책의 분량만큼 마치 내 지식도 그만큼 쌓여가는 것같은 일종의 허영심, 과시욕…. 이런 허황된 욕심에 사로잡힌 나를 보게 된다.
정말 한 두 벌의 간출한 옷, 허영스럽지 않은 몇권의 책, 나는 이렇게 단순하게 살 수는 없는 것일까….
소비시대니 광고시대니 하다 보니까 나 자신만 해도 신문을 보면서도 요즘 새로나온 상품, 입고싶은 옷 선전에 먼저 눈길이 가고, 새로운 영화, 새로나온 책 등「새것」에 관심이 쏠린다.
과연 나는 어떤 새로운 영화를 보고, 또 어떤 새로운 책한권을 읽고서「좋았다. 감동적이었다」하는 만큼, 미사전례라든지 신앙적인일 속에서 감동적인 감흥을 느껴본 적이 있었던가.
그리고 철따라 이부자리를 바꾸고, 새로 옷장정리를 하는 만큼 내 신앙적인 살림을 철에 맞추어 제대로 하고 있는지, 또 대중들에게 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신문광고처럼, 신앙적인 면에서 신자대중에게 자극을 일으키고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광고자, 사목자로서 난 얼마나 치밀하고 열심이었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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