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평신도사도직협의회가 도덕성 회복을 향한 구체적 행동에 돌입했다. 한국평협은 그동안 평협이 전개해온 도덕성 회복운동 실천내용을 책받침에 담아 시민들에게 배포하면서 땅 밑바닥까지 떨어진 윤리 도덕의 가치를 끌어올리는데 앞장설 것을 선포하고 나섰다. 말하자면 한국평협은 지금까지 펼쳐온 도덕성 회복의 적극적 구현을 위해 길 거리로 나선것(?)이다.
11월 19일 제28회 평신도주일을 앞둔 한국 평협의 도덕성회복을 향한 길거리공략은 13일 명동성당 입구에서 시작됐다. 이관진 회장을 필두로 부회장단과 사무국 등이 함께 나선 이 공략은 그러나 쉽지가 않았다. 길가는 시민들은 물론 명동성당으로 향하는 신자들조차 이「낯선 선심」을 쉽사리 용납하려 들지 않았다. 『도덕성 회복운동의 일환으로 책받침을 선물한다』는 외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한사코 도망가려고만 들었다.
도망가는 그들을 보면서 문득「도망가는 민심」이 떠올랐다. 그들의 표정속에는 그저 모든것을 거부한다는 강력한 의지가 배어있는듯 했다. 일파만파로 확산되어 가기만 하는 최고 권력층의 부패와 비리, 그에 합세한 재력가들의 부정직한 선택, 무관심으로 동조한 사회지도층 등등 사람들의 거부의 몸짓은 바로 그 모든것에 대한 거부 그 자체로 비춰지는듯 했다.
물론 평협의 책받침 배포의 경우 한국 사람 특유의 민망함이 그들이 도망가게 한 가장 큰 이유였다고 볼 수가 있다. 또는 길거리에서 무엇인가 받는다는 것에 익숙치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개중에는 지나치게 무엇인가를 많이 받아본 경험이 그들을 도망이라는 선택쪽으로 기울게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어쨋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덕성 회복을 위한 실천표어가 담긴 책받침을 받지 않고 도망을 가 버렸고 모처럼 도덕성 회복을 위해 평협이 선택한 적극적 공세의 첫 시도는 아쉬운 상태로 끝나 버릴 수 밖에 없었다. 물론 20만개에 달하는 책받침은 19일 평신도주일 당일을 기해 각 본당을 통해 배포가 될 것이긴 하지만….
평협의 책받침 전략은 단순히 생각하면 하나의 헤프닝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그 어느때보다 신중한 평협의 선택이었음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그만큼 이 시대가 위기에 처해 있고 평신도의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다는 판단속에서 책받침은 탄생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 우리사회는 엄청난 위기와 마주하고 서 있다. 정말로「대단한」인간의 욕심과 그 욕심의 한 자락을 잡고 부를 키워온 재력가들의 부정부패고리들은 과연 어디쯤에서 끝이 날 것인가. 정직이라는 가면속에 숨겨진 거짓의 실체를 지켜보는 우리 국민들의 인내심, 그 한계는 어디쯤일까.
우리가 소중하게 간직하고자 노력해온 윤리와 도덕의 파괴는 바로 권력의 중심에서 시작되고 있음을 지켜보는 일은 참으로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참담한 현실은 우리가 살고있는 이 사회안에서 도덕과 양심, 그리고 윤리라는 단어가 밑도 끝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만을 남겨주고 있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 앉을 수는 물론 없다. 걱정만으로는 이 엄청난 시대의 위기를 극복할 수는 없다. 온갖 어려움속에서도 우리는 살아 남았고 온갖 시련속에서도 우리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성장을 거듭해온「대단한」민족임이었음을 기억해야만 한다.
이 위기의 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내가, 우리 평신도가 양심의 중심에 서는 일일 것이다. 도덕의 핵심에 서는 일이다. 물량주의와 자기과시를 단호히 배격하고 정직과 신뢰의 씨앗을 다시 심는 중심에 우리 평신도가 서야만 한다. 시대적 조류에 밀려 어느틈엔가 내 안에 들어와 있는 허영과 이기심 교만과 거짓을 지금 당장 버리지 않는다면 우리 시대의 이 위기는 영원히 극복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내가 도덕의 중심에 서서 양심적인 판단을 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양심적인 지도자를 배출해 낼 수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 일은 숨어 있거나 잠자고 있는 의인들을 찾아내는 값진 일일 수가 있다. 청빈한 관리는 청빈한 국민만이 만들고 정직한 지도자도 정직한 국민만이 만들어 낼 수가 있음을 깨달아야만 한다.
제28회 평신도주일을 맞으면서 한국평협이 도덕성 회복을 향해 길거리로 나선 것은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책받침이라는 소박한 문구를 이용한 이 단순한 행위는 다름아닌 이 땅의 평신도가 거듭 나겠다는 결단과 선포 그 자체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도덕성을 회복하는 일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부모에게 효도하고 분수에 맞게 생활하며 말보다 실천하는 일이 그것이다. 줄서기와 차례를 지키는 일, 먼저 인사하는 일, 그리고 부정과 청탁을 하지 않는 일도 도덕을 회복하는 중요한 일중의 하나가 될 수가 있다. 바로 그 일을 평협은 선택했고 시작했다. 그것은 우리가 잃어버린 우리의 참 모습을 되찾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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