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부활절을 기해서 출판된 대한 성서공회의「공동 번역 성서」는 한국 가톨릭 교회와 개신교회가 협력하여 공동으로 번역한 최초의 성서라는 획기성 이외에도, 한국 가톨릭교회 최초의 구약 성서 완역판 출간이라는 점에서 가톨릭 신자들의 커다란 관심과 환영을 받았었다.
사실 우리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신구교 합작의 공동 번역 성서가 나왔다는 에큐메니즘적인 의의보다도 한 권의 완전한 신구약 성서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데서 더 큰 기쁨과 설렘을 느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타난「공동 번역 성서」는 출간 즉시 선풍적인 신자들의 관심을 모았고, 특히 가톨릭 신자들은 이 성서를 갖지 않은 가정이 없을 정도로 많이 구입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가 아는 한, 1977년 4월에 초판이 나오고 18년이 채 안된 1995년 2월로서 무려 1백10판을 찍었으니, 이 만한 성서 보급률은 모르긴 몰라도 이 시대의 온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 아닌가 싶고, 또 그 구독자의 대부분이 우리 가톨릭신자라고 믿어지므로 『천주교 신자들은 성서를 안 읽는다』라는 말이 참으로 옛적의 이야기구나 싶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대한 성서공회 측으로부터, 이「공동 번역 성서」의 개정 작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그것도 우리 가톨릭 교회 쪽의 요청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러한 개정 작업이 너무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크게 환영할 일이라 생각되어, 실무를 맡으신 분들께 성서학 전문가가 아닌 평신자의 처지에서 한두 마디 건의 말씀을 드리고자 하는 바이다.
우선 이 개정 작업이「너무 늦었다」고 말하는 이유부터 간단히 첨언(添言)하고자 한다. 이 성서가 처음 나오자말자 필자는 문자 그대로 환호작약(歡呼雀躍)하며 성서를 통독하였고, 몇 가지 소감과 건의를「공동 번역 성서 개편론」이라는 제목으로「가톨릭신문」제1072호 (1977년 9월 11일자) 제2면에 게재한 바 있었다. 그 때의 내용은 첫째, 제2경전을 따로 분리시키지 말고 구약성서 안에 포함시키자. 둘째, 「출애굽기」는 한국 개신교회에서만 쓰는 표기이니「출애급기」로 바꾸자. 셋째, 책 맨뒤의 성서 지도에 나오는 지명 표기가 성서 본문의 표기와 다르니 일치시키자는 것이었다.
이 중 첫째, 둘째의 것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1백10판 까지 나왔고 셋째 주장만은 30판이나 찍은 뒤인 1980년대 중반에 와서야 고쳐져 나왔던 것이다. 그랬는데 1988년 한글 맞춤법이 개정되자 어차피 이 성서도 새 맞춤법에 따라 바꾸어야 했기에 개정 작업을 추진하게 된 듯한데, 개정하는 김에 일부 미흡한 번역을 다시 손질하고 또 제2경전의 「에스델서」, 「다니엘서」처럼 장절(章節)이 혼란스러운 것처럼 되어 있는 부분을 바꾸어 다시 편집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위에서 이 개정 작업이 너무 늦어졌다고 한 이유는 1988년 맞춤법이 바뀐 지 7년이나 되었다는 점 이외도 1백10판이나 나온 뒤에야 이 일이 이루어진다는 점 때문인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이제라도 개정 작업을 추진하게 된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겠기에, 관여하시는 분들의 건투(健鬪)와 하느님의 강복(降福)을 빌며, 몇가지「성서를 사랑하는 한 평신자」의 의견을 다시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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