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동 번역 성서의 특점(特點)은 머리말(이것도 이 성서에는「머릿말」로 잘못 표기되어 있다)에서 밝힌 대로 번역의 원칙이『축자적 번역이나 형식적인 일치(formal correspondence)를 피하고 내용의 동등성(dynamic equivalerice)을 취한』 점이다.
이렇게 의역 했다는 이유 때문에 이 성서를 배척하는 이들이 많다는 말을 듣고 있지만, 이 글의 필자는 몇 가지 종류의 책을 번역하면서 터득한 경험에서도 그렇고, 또 필자가 공부한바 있는 번역학의 기본 태도도 그렇듯이「모든 번역은 원칙적으로 의역을 함으로써 독자들이 원문을 읽는 사람과 같은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다만 같은 계통의 언어일 경우에는 직역(直譯)이 더 많은 정보와 미묘한 어감을 전달하기는 하지만, 한국어의 경우에는 한국어의 자매어(姉妹語)라 할만한 언어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한국어로 번역할 경우에는 항상 의역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한국어와 구조적으로 유사한 일본어나 몽고어ㆍ만주어로부터의 번역도 마찬가지로 의역함이 옳다고 필자는 믿고 있다.
성서와 같은 종교 경전(涇典)인 경우는 절대로 직역해야 한다는 주장이 없는바 아니나, 이것도 사실은 잘못된 권위주의적 편견에서 나온 것으로 보여진다. 하물며 우리와 언어구조 및 문화적 배경이 판이(判異)하고 사고 방식과 생활 모습이 크게 다른 셈 계통(Semitic)의 언어나 인도 유럽 계통(lndo- Eurcopean)의 언어로 씌어져 있는 성서의 번역에서 직역을 주장하는 일은「하느님의 말씀을 독점하여 대중을 무지하게 만드려는」 일부 종교 지식층의 봉건적 사고 방석의 발로(發露)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공동 번역성서」의 번역 태도는 높이 평가 받을 만하고, 또 실제로 성서를 더 친근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개신교 신자중에서「개역 성서」나「표준 새 번역 성경 전서(1993년 번역)」보다 이「공동 번역 성서」를 읽고 있는 분들이 많이 있음을 필자는 잘알고 있는 것이다.
이번 개정 작업에서 다시 한번 더 간절히 바라고 싶은 것은 구약과 신약 사이에 삽입되어 있는 소위「제2경전」을 구약 성서 속에 편입시켜 달라는 것이다.
우리 교회의 성서는「구약」과「신약」밖에 없다. 일시적으로 그 정전성(正典性)이 의심되었다 해도 엄연히「제2경전」은 우리 교회의 성서이고, 또 구약의 일부이다. 개신교와의 공동 작업이라는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은 되지만, 적어도 가톨릭 신자용 성서에서 만은「제2경전」에 속한 부분을 구약에 포함시켜 편집해야 하고「제2경전」표시는 각주(脚註)처리만으로 충분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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