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씨에 이어 전두환씨도 3일 오전 구속 수감됨으로써 우리나라는 보름사이에 두명의 전직대통령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게 되는 진기록을 수립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노씨에 이어 전씨의 구속장면도 국내는 물론 세계지역에 즉각 보도됨으로써 우리나라는 국내외적으로 크나큰 수치와 망신을 당하고 있다.
전씨가 12ㆍ12군사 쿠데타와 5ㆍ17계엄전국확대, 5ㆍ18 광주무력진압의 주모자로 전격 구속된데 대해 절대다수의 국민은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광주시민들의 의로운 항거와 고귀한 죽음들이 역사 앞에 올바르게 정립될 수 있게 된 것이 무엇보다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전씨의 전격구속 과정에서 일부 국민이나 특히 일부 언론이 보여준 경거망동은 참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것은 마치 2천년전 예루살렘에 입성하던 예수를 나무가지와 옷을 벗어 깔아 환호하며 환영하던 군중이 일주일 뒤에는 폭도로 돌변, 그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외치던 모습을 연상케 했다.
바로 5공시절 강압에 의해서든 자발적이든 전씨를 지지하고 협조하고 그로부터 각종 특혜를 받아 누렸던 그 언론들이 어쩌면 그토록 지엄한 심판자로 돌변, 그에게 무참하게 돌팔매질을 할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다.
노씨, 전씨 두사람 모두의 일은 남부끄러워서라도 조용조용히 이성적으로 해결되도록 선도해야 할 언론이 5ㆍ18의 참혹한 장면들을 수도 없이 반복해서 보여주면서 국민감정을 흥분케하는 것은 참으로 잘못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 기회에 언론들의 냉철한 자기반성 과 태도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전씨의 전격구속이 집권당의 대선자금수수 의혹을 호도하려는 의도는 추호도 갖지말아야 할 것이다. 동시에 야권이나 재야에서도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해서는 안될 일이다.
이 일은 처음부터 끝가지 공정한 수사와 엄정한 법의 집행으로 매듭지어져야 할 것이다. 만에 하나라도 전씨와 그 관련자들의 사법처리가 정치적 보복이 성격이 내포돼있다면 이 문제는 앞으로 보복의 악순환을 되풀이 할 수밖에 없음을 잊지 말아야한다.
이제 우리는 5ㆍ6공의 잘못되고 빗나간 역사를 바로 잡을 중요한 시점에 서있다. 이를 정의롭고 공정하고 명확하게 정리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결정될 것이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범법자들의 진정한 참회와 희생자들의 용서하는 마음이다. 곧 참회와 용서를 통한 국민적 화합만이 지금 우리 나라가 겪고 있는 시련과 수치를 극복하는 진정한 가치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모든 언론이 바로 이 가치를 위해 투신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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