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0일 주일은 우리 한국교회가 제정한 제14회 인권주일이다.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되었기에 (창세1,27 참조) 인간존엄성과 인권신장은 교회의 사명에서 항상 중심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천주교주교회의는 이러한 복음의 가르침에 따라 1982년부터 해마다 대림 제2주일을 인권주일로 선포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존중에 대한 우리 교회의 숭고한 소망을 천명해오고 있다.
인권주일 제정이래 교회의 인권활동은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폭로 등 정국을 뒤흔들 정도의 정치적인 이슈에서부터 「낙태반대 1백만명 서명운동」「사형폐지 서명운동」등으 로 우리 사회에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경종을 울려주는 활동들로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런데 올해는 참으로 착잡한 감회속에 인권주일을 맞고 있다. 그것은 전직 대통령 두 사람이 동시에 구속되는 건국이래 초유의 사태를 보면서 제14회 인권주일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노태우씨에 이어 전두환씨가 전격 구속되는 사건과 함께 우리 언론들은 재임중 인권탄압과 부정부패를 자행한 외국의 최고권력자들도 단죄됐거나 단죄되고 있다는 사례들을 보도하고 있다. 「죄(罪)는 죄(罪)대로 간다」는 옛말 그대로 두 사람의 구속은 남을 불행 하게 하고 자기는 편하게 살 수 없다는 하늘의 이치가 살아있음을 만천하에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스스로를 되돌아 봐야 한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하여’ 라는 제하의 인권주일 담화문을 통해 우리 신자들부터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간에 불의에 협조했던 잘못을 뉘우치며 하느님의 자비를 구하는 기도와 희생을 바치자고 호소하고 있다. 담화문은 또 북녘땅의 형제들이 하루빨리 인간존엄과 평화의 날을 누리게 되고, 기본적 인권의 하나인 안전한 종교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끊임없이 기도하자고 촉구하고 있다. 이같은 호소와 요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풀어야 하는 과제요 숙제가 아닐 수 없다.
그 어느해보다 대형사건 사고가 많았던 한 해를 보내면서 맞이하는 인권주일은 「인권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배우는 날이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연례행사」에 그치고 마는 인권주일이 아니라 주위 현실을 돌아보고 따뜻한 손길을 건네주기 시작하는 날이 됐으면 더욱 좋겠다. 우리 모두 이웃사랑이 곧 인권운동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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