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0일은 우리 한국천주교회가 제정한 인권주일이다. 지난 82년 제정됐으니 올해 인권주일은 제14회째가 된다. 지난 14년간 우리 교회는 이땅에 사는 모든이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소박하지만 지속적인 목소리를 지켜왔다. 이는 하느님의 정의를 이 땅에 구현하기 위한 우리 교회의 숭고한 역할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물론 인권주일이라는 것이 없을 때에도 우리 한국교회는 교회의 막중한 사명으로 인간의 기본권을 신장시키는 일에 많은 힘을 기울여왔다. 70년대 인권회복을 향한 우리교회의 투신은 가히「신화적」이라 표현할 수가 있다. 그 누구도 자기 목소리를 낼 수가 없었던 암흑시기에 우리 교회는「감히」「함부로」절대 권력에「도전장」을 내었고 그 역할은 그 시대가 절실하게 요구하는 교회 모습이기도 했다.
「행동하는 교회」에 대한 시각과 해석 차이로 70년대 우리교회의 사회참여 문제는 교회 일치에 작은 불씨가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사회참여라는 용어자체가 생소하던 때였고 교회의 사회참여 한계 역시 뚜렷하게 금을 그을 수 없었던 것이 원인이라면 원인이기도 했다.
그러나 작은 파장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이 소중한 인권을 향했던 교회의 목소리는 결국 집단의 인권을 대변하기에 이르렀고 그것은 곧 정치활동으로 분류가 되었다. 『빵이 필요한 사람에게 빵을 주면 사랑이고 자선이지만 그 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면 명백한 정치활동』으로 분류되던 이상한 시절이었기 때문이었다. 불씨와 파장을 일으키면서도 한국 교회의 사회참여는 인권회복이라는 기치속에서 70년대를 화려하게 장식했음은 물론이었다.
인권주일이 제정되던 80년대초로 말할것 같으면 인권이라는 낱말 자체를 사전에서나 찾아보아야 할 정도로 우리의 인권상황은 퇴보상태를 거듭하고 있었다. 국제사회 안에서 우리나라는 인권이라는 것은 아예 찾아볼 수 없는 나라로 호칭되던 시기가 바로 80년대 초였다. 한국의 인권상황은 심지어 북한의 그것과 같은 것쯤으로 외부세계에 알려졌던 때이기도 했다.
한국교회의 인권주일은 지금 온통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5ㆍ18문제가 지표면에서 가라앉기 시작한 82년 제정됐다. 한국 주교회의는 제1회 인권주일을 제정, 발표하는 담화문을 통해 『인간존엄성의 존중과 인권의 신장은 복음의 요구』임을 명백하게 선언하고 있다.
주교회의는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인간이 그 존엄에 상응하는 삶을 유린당하고 하느님께로부터 부여받은 권리가 짓밟히는 현실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그 희생자들의 호소에 귀기울이고자』매년 대림 제2주일을 인권주일로 제정한다고 밝혔다.
「인권의 향상을 위하여」라는 제하의 제1회 인권주일 담화문은 모든 사람에게는 신성불 가침의 천부적인 권리 즉 인권이 있음을 전제하고 진정한 민주주의, 공정한 부의 분배, 노동자 농민들의 인간적인 삶, 양심에 따라 생각하고 말 할 권리등에 대한 교회의 기본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담화문은 당시 사회가 직면한 인간생명의 존엄성 수호를 기본으로 법 집행의 공정성, 고문행위의 철폐, 국가 보안법 적용의 신중성문제, 가톨릭 노동청년회와 농민회에 대한 당국의 그릇된 오해와 편견을 철회할것과 근로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것 등 현실적인 문제의 수정을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그로부터 14년, 한국교회의 인권주일 담화는 한번도 빠짐없이 발표되었다. 제2회부터 그 정신을 이어받은 주교회의 정의평위원회는 인간을 존중하라, 생존권의 보장을 위하여, 이땅의 민주화를 위하여, 개헌논의의 올바른 방향을 위하여, 나라의 민주화를 위하여,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의 존엄성회복을 위하여, 인간의 존엄성회복은 가정에서부터, 그리고 지난해「인권존중은 민족의 통일과 번영의 토대」에 이르기까지 인권회복을 위한 한국교회의 선언은 지속적으로 또 반복적으로 이어졌다.
제14회 인권주일을 맞은 정의평위원회 위원장 경갑룡 주교는 올해 인권주일담화 주제를「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하여」로 택했다. 군사반란으로 규정되고 있는 12ㆍ12를 비롯 5ㆍ18의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있는 올해의 담화는 관련사안들이 이미 구체화 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그 시대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인권주일 담화를 보면서 이제 우리교회의 인권주일 선언은 모든이들을 위한 선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느 특정한 사람들, 특별사안에 대한 선언이 아니라 이땅의 모든 사람들이 보다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보편적 권리를 요청하는 따뜻한 인권주일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물론 그것은 우리 사회의 모든 인권이 그만큼 보장되는 따뜻한 사회가 되었을 때만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교회는 먼저 교회가 선언한 것을 살기위해 노력하고 또 그렇게 사는 것이 필요하다. 목소리만 필요한 때는 이미 지나가고 있지 않은가.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