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의 모세 5경 중 두번째 책인 「EXODUS」를 개신교에서는「출애굽기」라고 부르고 있다. 한국 천주교회의 선종완 신부님이 번역하신 구약 성서 제2편(1959년)에는 「출애급기(出埃及記)」라고 되어 있고 우리 교회에서는 그 이전부터 이렇게 일컬어 왔는데, 이것은 중국식 명칭에서 온 것이다. 일본에서도「출애급기(出埃及記)」라고 써오다가 근래에 와서 「出エジプト記」로 고쳐서 적고 있다.
「공동 번역 성서」의 고유 명사표기법은 『①가톨릭ㆍ개신교의 용어가 같은 것은 그대로 두었고, ②그렇지 않은 것은 사전이나 교과서에서 쓰는 명칭을 따랐고, ③이 두가지가 다 아닌 경우에는 원어의 발음을 따랐다.』고 원칙을 세웠으나「출애굽기」의 경우는 이 세가지 원칙의 어느 하나에도 맞지 않는다. 「애굽」이란 말은 한국 개신교에서만 써 오던 용어이므로 객관성 있는 표기인「출애굽기」로 고치자는 주장을 필자가 18년 전에 한 바 있으나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개정의 기회에 차라리「에집트 탈출기」나 그냥「탈출기」로 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생명의 말씀사에서 1986년 펴낸「현대인의 성경」에서「이집트 탈출기」로 이름 붙인 것은 퍽 고무적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성서 맨뒤에 나오는 성서 지도의 지명 표기가 본문의 그것과 다르니까 지도의 표기를 고쳐 달라고 1977년 필자의「공동 번역 성서 개편론」에서 10여개의 예를 들면서 건의하였더니 거의 고쳐지긴 했으나, 그래도 아직 성서 본문과 다른 개신교 성서의 관습적인 지명(따라서 「공동 번역 성서」의 표기와 다른 지명)들이 눈에 띈다. 몇개 지적하면 다음과 같다. (묶음표 속이「공동 번역 성서」의 표기임).
△염해(사해, 짠물호수), △이두매(에돔), △긴네렛(겐네사렛), △립나(리브나), △아벡(아베카)…. 이중 「긴네렛」은 구약의 지명이고 신약에서는 「겐네사렛」으로 되어 있어 후자가 훨씬 많이 등장하는데, 신약 시대의 지도에「긴네렛 호수」만 나오고 가톨릭 신자들 눈에 익은「겐네사렛 호수」는 보이지 않는다.
이번에 개정을 하게 되면 새로 개정된 맞춤법ㆍ띄어쓰기ㆍ표준어도 철저히 반영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예를 들면,
▲베드로는『아니오』 하고 부인하였다.(X)
베드로는『아니오.』하고 부인하였다.(O)
▲이 말은 『소녀야, 어서 일어나거라』 라는 뜻이다.(X)
이 말은 『소녀야, 어서 일어나거라.』라는 뜻이다.(O)
아름답고 쉬운 우리말 성서를 완성시키도록 기원하면서 글을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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