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대림 제3주일은 주교회의가 제정한 열두번째 「자선주일」이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박석희 주교는 제12회 자선주일 담화문을 통해 『자선의 길, 사랑의 길은 인간의 미에 대한 해답을 줍니다』라고 강조하고 『사랑이신 하느님께서 인간의 길을 택하신 성탄절을 맞아 우리 주위의 불우 이웃을 찾음으로써 우리 다시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보자』고 호소하고 있다.
만일 우리들이 「무엇을 한다」는 것이 인생이라면 일어나지 못하고 누워서 지내게 된다든가 다른 사람의 신세를 지지 않으면 하루도 살 수 없게 된다면 인생이란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인생이란 우리들이 「무엇인가를 해서 그것으로 우리들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우리들의 생애에 있어서 자기 자신을 표현케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스도인의 인생관은 『그 분이 주(主)가 되고 자기는 종(從)이 되는 세계』인 것이다. 빛바랜 자기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빛바랜 이웃을 따뜻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비자금 사건과 5ㆍ18, 12ㆍ12사건 재수사 정국」이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자선주일을 맞았다. 수 천억원의 돈을 틀어쥔채 쓸쓸하게 철창신세를 지고 있는 전직 대통령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케 하는 시기다. 우리네 인생살이에서 허영이나 체면, 욕심 등 버리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것을 버리지 않고 쓰러지고 마는 경우가 아닌가 한다.
『그리스도의 마음에 가까이 가기 위해 중요한 것은 획득하는 일이 아니라 잃는 일입니다』라는 데레사 성녀의 말씀이 떠올려 진다. 「아집」이라는 쓸데없는 쓰레기를 버리고 비우는 것, 즉 무심(無心)하게 되는 것이 그리스도의 마음에 가까이 가는데 아주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잃는다는것, 버린다는 것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주는 말씀이다.
연말과 함께 맞는 이 성탄시기에 제정된 자선주일의 참 의미를 재음미해보자. 전국의 수많은 복지시설에는 고아ㆍ무의무탁 노인ㆍ장애자들이 따뜻한 손을 통해 오시는 메시아를 고대하고 있다.
『참으로 세상에 오신 그리스도가 내 마음안에서 강생하시지 않는다면 성탄이 내게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하신 어느 성인의 말씀처럼, 우리는 세상의 번잡함을 떠나 내 마음안에서 그리스도가 탄생하시도록 정신차려 준비할 때이다.
우리는 요란한 가운데서 하느님을 찾으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말없이 우리를 찾아 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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