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다시 다음과 같은 기도를 했습니다.
『아버지 하느님, 저에게 새로운 마음을 주십시오. 이 슬픔을 딛고 일어서서 가족과 이웃을 웃음으로 대하며 남을 위해 기도할 수 있는 새 힘을 주십시오』
저는 이때까지도 성모님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 나에게 하느님의 응답은 성모님의 생애를 묵상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 성모님 말고 이 세상에 어떤 어머니가 아들이 십자가에 못박혀 죽는 모습을 보았는가?
『어머님! 당신의 가슴 도려내는 아픔의 고통을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저한테는 삼남매가 또 있습니다. 어머님, 제가 남편과 함께 그 아이들 데리고 거룩한 가정 생활을 할 수 있는 지혜를 구하여 주소서』
그제서야 저는 나말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본당신부님은 얼마나 놀라셨겠는가? 나는 키워준 에미지만 신부님의 입장은 참으로 난감하였으리라. 어디 신부님뿐이신가. 그 현장에 함께 계셨던 수녀님과 여러 선생님들은 또 얼마나 놀라고 당황하셨겠는가?
저는 그분들을 위하여 묵주기도를 했습니다. 고통의 신비 1단. 마음고생 하신 신부님 수녀님들을 위하여 2단. 이사야가 아끼던 주일학교를 위하여 3단. 한요한 선생님 외 여러분들의 놀라심을 생각하며 4단. 이사야를 아는 여러분들을 위하여 5단. 자식을 가슴에 묻고 슬퍼하는 이 세상의 어머니들을 위하여 바쳤습니다.
어느새 저의 마음안에는 성모님이 크게 자리하고 계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머님, 당신의 신앙심을 본받고 싶습니다. 당신께 의탁하오니 도와주소서. 부족하기 짝이 없는 저이지만 항상 주님을 찬미하며 남에게 상처 주지 않고 이웃과 함께 기쁨 나누며 살도록 도와 주십시오』
지금껏 어머니의 정을 모르고 살아 온 저는 성모님을 나를 낳으신 어머니의 모습으로 그려보기도 하고 아들 예수님의 십자가 밑에 서 계셨던 고통의 어머니를 위로해 드릴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마음도 성모님으로부터 위로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저는 자연스럽게 성모님과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92년 5월 29일 금요일.
오늘은 정말 기쁜날입니다. 성모님 당신의 밤입니다. 저는 하루 종일 당신 만날 생각에 가슴이 설레었습니다. 비가 왔다, 맑게 개인 고요한 밤이었습니다. 하늘에 별들도 반짝이며 아름다운 성모의 밤을 축하해 주었고 촛불의 행렬은 끝이 없었습니다. 신자들이 봉헌한 꽃다발, 갖가지 화분이 옹기종기 놓여 있고 저도 성모회 대표로 당신께 꽃바구니를 바쳤습니다. 저의 마음은 한없이 기쁜데 눈물이 앞을 가려 하고픈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자식을 키우는 어머니로서 한 남자의 아내로서 부끄러울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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