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향학의 고향 광주, 학생운동과 5·18 민주화운동의 뜨거운 열정이 있기에 이곳에서 100km 울트라 마라톤을 택하는 것은 많는 의미가 있다.
당일 광주지방은 기온이 30도. 여기에 복사열 10도를 더하면 40도의 열기속에서 달려갔다. 심장이란 엔진이 달궈졌으니 몸전체가 불덩이 같아 출발초부터 땀이 팥죽처럼 쏟아졌다. 티셔츠를 벗어던졌더니 한결 시원했다. 해는 서산에 지고 물새들은 갈대숲에서 둥지를 찾는데 234명의 건각들은 탱크 처럼 꿉꿉한 밤공기를 헤치며 어둠속으로 달렸다.
24.1km 달려 5·18묘지를 지나 36.3km 지점의 충장공 김덕령 장군 충장사를 지나 밤 1시경 50km 지점에서 기록을 점검한 후 야식을 번개처럼 해치우고 69.3km지점에 이르니 피톤치드가 많다는 편백나무 숲길인 화순 안양산휴양림 사이를 도착하니 코끝이 향긋했다. 반딧불이 반짝거려 동료선수 손전등 불로 착각했다. 소쩍새와 산비둘기들이 잠을 안 자고 노래로 피로에 지친 선수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어 고마웠다.
통상 출발 60km 지점은 잠이 쏟아지는 지역이다. 비몽사몽간에 지그재그로 달리므로 조심스러웠다. 야간이므로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긴장시킨채 발을 밀어서 전진하면 넘어지므로 위에서 찍어서 전진해야 한다.
CP에 도착하자마자 가마동 모자로 물통물을 퍼서 머리에 부어대지만 머리가 불덩이 같다.
70km에 도착하니 허기가 졌으나, 자갈밭 언덕길을 5km 정도 달려 화순 너릿재 정상에서 국수를 한 그릇 먹었더니 힘이 났다. 하산길 왼편은 원시림으로 우겨져 풍치가 훌륭했다.
절의 둔탁한 종소리가 새벽 4시를 알렸다. 80km는 무릎관절이 아프고, 양쪽 발 새끼발가락에 물집이 잡혀 이쑤시개로 물집을 터트린 후 찬물로 냉찜질한후 절둑거리며 패잔병처럼 걸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파김치처럼 지친 육신을 골인점까지 끌고 가야겠다.
시인 이은상의 시 ‘고지가 바로 저긴데’를 외우며 달렸다.
울트라는 심야의 고요속에 하느님과 기도로 대화할 수 있어 즐겁고, 체력의 건재함을 시험해보니 통쾌했으며, 악조건하에서도 체력을 혹사시키는 기회가 있기에 즐거웠다. 흔히 건강에는 자신있다고 자랑하지만 10km만 달리면 육신의 결점이 바로 나타난다.
84km 지점인 광주천 상류, 나머지 16km의 광주천길은 멀고도 괴로운 험로였지만 골인점의 희열을 위해서 고난을 참았다.
10일간 겨우 104km를 연습하고 도전했더니 15시간 52분 58초의 저조한 기록이지만, 완주한 것만도 다행이다.
100km는 무릎 관절이 166,600번이나 굴절했는데도 관절이 파열되지 않아 감사하다.
100km 울트라 5회의 교훈이란 실력도 중요하지만 신기(神氣)가 동(動)하는 모험심과 도전 정신이 없이는 100km 마(魔)의 벽을 넘을 수 없다. 울트라의 후기란 야간경기이므로 시각이 마비되고 다만 청각으로만 묘사되기 때문에 반쪽글이다. 그래도 터질것 같은 흥분을 억제하지 못해 후기를 정리해본다. 빛고을 울트라 행사를 집행한 임원진들과 봉사자들 덕분에 무사히 완주할 수 있어 감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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