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96-1 잠두봉¹에서
햇살 쏟아지는 한강을 바라본다
유유히 흐르는 물결은
아직도 찬란하게 눈이 부시다
치도곤²행형도자³는 핏빛으로 물들고
캄캄하고 어두운 역사처럼
누가 500년 잠든 쇄국을 흔들어 깨우랴
높고 험난한 십자가처럼
순수하고 착한 영혼이여
영광스럽게 순교의 화관을 쓰고
하늘과 땅의 구원이 아니던가
한국천주교회의 증언자 박순집 베드로의 묘와
일가족 16위 순교자 현양비 앞에서
하늘의 구름 한 점 왜 말이 없는지
흰옷 입은 군상이여
이제 험하고 한 많은 세월은 가고
조선의 동녘해가 솟아오를지니
어찌하여 천년을 사는가.
다시 물결 잔잔한 양화대교를 바라본다
무참하게 처형당한 170여⁴ 순교자여
그토록 신앙선조를 위하여
불꽃같은 성령의 강림으로
밝은 세상 꿈과 희망이 가득하리니
세상천지 평화가 영원히 충만하리라.
¹잠두봉은 절두산의 옛 이름이다.
²치도곤은 고문할 때 사람을 치는 참나무매이며, ³행형도자는 참수할 때 쓰는 칼이다.
⁴절두산에서 순교한 신자의 수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다만 기록으로 확인된 29명과 병인박해의 전국 순교자 수를 참고하여 177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절두산 순교자는 177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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