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스테파노는 주일마다 성당은 안 가고 눈만 떨어지면 여기 저기 벌려 놓은 농작물을 돌보러 들로 나간다.
“오늘은 성당에 가면 안 될까?”하면 “농사는 다 때가 있는 거야. 때를 놓치면 이도 저도 안 돼. 작년에 약 치는 시기를 놓쳐 자두 농사 망치고도 그런 소리해. 기도는 당신이 해 그 대신 당신 보고 밭에 가자 소리 안 할게”하며 마누라를 크게 생각하는 사람처럼 말을 하면 할 말이 없다.
밭 이웃 참외 농사짓는 아줌마는 남편을 보고 “아줌마는 생전 안 보이는데 아저씨 혼자 농사를 잘 짓네요”하며 나를 부러워하는 것 같다고 한다.
가끔 밭에 가서 보면 갈 때마다 참외 따고 씻고 선별하고 부부가 같이 일하는 걸 볼 수 있었다.
바람이 몹시 불던 봄날, 땅콩 밭에 비닐이 걱정이 되어 보러 갔다 땅콩 밭 비닐이 걷혀 펄럭거려 덮으려고 호미를 빌리러 갔더니 밭에 가며 빈손으로 간 내가 미웠는지 쳐다 보지도 않고 “거 찾아 봐요” 한다. 밭 이웃 사람들이 남편을 보면 여자는 일을 안 하냐며 사람은 보이지도 않는데 농사는 잘된다고 신기한 일이라고 한단다.
내가 봐도 가뭄에 심은 고구마, 들깨, 땅콩이 줄도 잘 맞고 키도 쪽 고르고 누가 봐도 탐이 날 정도로 농사가 잘되어 자두나무도 잎이 너풀너풀 싱싱하고 자두가 주먹만한 게 먹음직스럽게 달린걸 보면 부러워 할 만도 하다.
다 내가 본당사무실에 전답축복신청을 해서 본당 신부님께서 전답축복식을 해 주신 덕인 줄도 모르고 남편은 ‘올해 어쩐 일인지 농사가 문디, 떡 되듯이 된다’고 노래를 한다.
고추는 해마다 같은 땅에 심으면 농사가 잘 안 된다고 하는데 해마다 심는 고추밭도 고추가 가지가 부러지도록 달렸고 키가 사람 키보다 크고 오이, 호박, 가지를 심어놓기만 하면 저절로 되어 경상도 말로 문디, 떡 되듯이 되는 것이다.
남편이 주일을 지키면 농사가 더 잘될지도 모르는데 남편은 아는지 모르는지 농사 잘된 것만 좋아 신이 나서 어쩔 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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