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보편교회는 10월 11일 역사적인 ‘신앙의 해’를 개막한다. 내년 11월 24일 그리스도왕 대축일까지 이어지는 1년여의 기간 동안 전세계 가톨릭교회와 신자들은 신앙의 원천으로 되돌아가서 참된 신앙을 되새기며, 하느님과 교회가 가르친 신앙의 진리를 몸과 마음으로 체득함으로써 신앙 여정을 재발견하고 나태하고 무신경한 신앙을 다시금 일깨우기 위해서 노력하게 될 것이다.
이미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신앙의 해를 선포하는 관련 문헌들을 통해서 누차 강조했듯이, 오늘날 세상은 모든 것을 하느님의 섭리로 여기던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른 세속적 가치와 상대주의적 사고방식에 젖어 있다. 하느님의 이치와 섭리가 더 이상 세상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여기는 세속주의적 사고방식은 급기야 이미 신앙을 받아들여 삶의 원리로 삼고 있는 신앙인들에게조차 스며들어 있다.
신앙의 해는 이러한 세속주의적인 사고방식과 하느님의 초월적인 섭리와 역사하심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보다도 성경과 성전, 그리고 현대 교회의 모습을 형성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과 가르침을 충실하게 익혀야 할 필요가 있다. 이뿐만 아니라, 신앙의 정수를 담고 있는 ‘가톨릭교회 교리서’ 등 교회의 가르침을 충실하게 담고 있는 풍부한 교회의 신앙과 문화의 보고들을 보고 듣고 배우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세속주의와 상대주의가 만연한 현대 세계 안에서 참된 그리스도인으로서 신앙을 간직하고 이를 양육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일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단의 노력과 항상 깨어있는 정신이 필요할 것이며, 개인은 물론 공동체와 교회 전체의 사목적 배려와 노력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신앙인으로서 우리는 우리가 믿고 고백하는 모든 신앙의 가르침들을 직접 자신들의 삶 안에서 실천하고, 그럼으로써 이웃과 사회와 세계에 신앙을 증거해야 할 것이다. 참된 신앙은 입으로 고백하는 것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삶으로서 증거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교회와 각 교구, 그리고 본당과 공동체들은 신앙의 해를 맞아 지금까지 고질적으로 남아있는 폐습과 신앙적인 나태함을 벗어버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준비를 하고 있다. 신앙의 해는 10월 11일 개막식으로 시작해 내년 11월 폐막으로 모든 것을 완성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여야 할 과제이며, 특별히 향후 1년 동안 집중적으로 성찰해야 할 소명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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