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재미난 광경을 구경했다. 식당에서 아이가 식탁 모서리에 걸려 넘어졌다. 엄마가 달려와 바로 아이를 들쳐 안고는 식탁을 손바닥으로 때리면서 “때찌, 우리 아기 넘어뜨린 식탁 혼내줘야해” 하는 것이다. 식탁은 그저 주인이 놓은 그 자리에 가만히 있던 죄밖에 없는데 말이다.
비단 식당에서 본 아이 엄마뿐만이 아니다. 요즘에는 남 탓을 하는 사람들이 길거리에 널렸다. ‘내 탓’보다는 ‘남 탓’을 말하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요한 8, 7)라는 복음처럼 자기반성을 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탓할 자격도 없다.
최근 교회 곳곳에서 부르짖고 있는 ‘새로운 복음화’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과거를 성찰하지 않고 새로움을 추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베드로가 세 번이나 예수를 부정한 자신을 발견하고도 반성하지 않았더라면, 바오로 사도가 다마스쿠스에서 회심하지 않았더라면 과연 지금의 가톨릭교회가 존재할 수 있을까? 사도들이 몸소 보여줬듯이 반성과 성찰이 없으면 성장도 할 수 없고, 새로운 복음화도 불가능하다. 이는 신앙인 개개인의 몫이다.
다행히 신앙인에게는 반성의 기회가 늘 주어진다.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 ‘성사’ 중 하나인 고해성사가 바로 그 기회다. 10월 11일 신앙의 해 개막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고해성사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특히 성찰과 통회, 고백, 보속 등 고해성사의 과정 중에서도 성찰의 중요성은 말로 다 설명하기도 어렵다. 남의 잘못이 아닌 나의 잘못을 오롯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은 신앙의 성숙이자 새로운 복음화로 가는 정도(正道)다.
지난주 평일미사에서 들은 한 사제의 강론이 떠오른다. “신앙생활의 기쁨은 고해성사에서 시작된다”는 내용이었다. 신앙의 가치를 새롭게 깨닫고 복음화를 위한 새로운 열정과 실천을 시작하는 신앙의 해가 시작되기에 앞서 스스로를 성찰해 본다. 필자는 과연 새로운 복음화에 동참할 자격이 있는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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