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낚시를 자주 했다. 워낙 바다가 가까웠다. 학교로 가는 길에 수마일 되는 해저 터널을 지났고, 가는 길을 이삼분만 벗어나면 그냥 바다였다. 수업 중간 중간 짬낚시도 가능했고, 날씨가 따뜻해서 1월과 2월을 빼면 연중으로 낚시가 가능했다. 고급어종이야 철이 있었지만 손바닥보다 조금 큰 맛난 조기 정도의 물고기는 물때만 잘 맞추면 시도 때도 별로 없었다. 처음에는 욕심에 낚싯대 두 개를 가져가서 하나는 던져 두고 하나는 작대기 휘두르듯 지렁이 잘라 달고 휘휘 저으면 영락없이 일타일피. 나중에는 던져둔 낚싯대에 고기 걸리는게 성가셔서 하나만 들고 다녔다. 하지만 그래도 중급 어종, 광어 이상은 세 번 가면 한 번 정도는 꽝이기도 했다.
참 신기했던 것이 물고기 낚는 것도 어찌 그리 필요한 만큼 주셨던지. 새벽부터 설쳐서 배가 많이 고프면, 미리 적당한 크기의 광어를 한 마리 주신 다음, 집에서 목 빼고 기다리는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서 사이즈가 좀 되는 놈을 한두 마리 더 주신다. 밤을 새고 다음날 한낮까지 해도 마찬가지이다. 오래 한다고 더 많이 주시진 않는다.
이웃집 한국인 어르신들이 광어를 참 좋아하셨는데, 웬일인지 갈치만 잡아오시고 광어와는 인연이 없다 하셨다. 워낙에 우리 부부를 이것저것 살뜰하게 살펴주시는 덕에 마음에 신세 진 것 같은 미안함이 항상 있었는데, 마침 선물이라도 하나 사야지 하던 참에 나선 조업길에서 광어를, 무려 5자 6자 짜리를 일곱 마리나 주셨다. 덕분에 입맛 없으신 어르신들 두 마리, 한 마리는 회쳐 드시고, 한 마리는 구워 드시라며 호기 있게 상납하고, 평소 고마웠던 이웃들에게도 한 마리씩 드렸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먹을 것이나 입을 것 어느 것 하나 걱정 말라시던 예수님 말씀이다. 내 하나 먹기에, 내 한 가족 먹기에 한 두 마리 광어면 족하니 그만큼만 주시되, 이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니 몇 마리를 더 주시었다. 이미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들이 우리들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계신다는 말씀이다.
자연 속에서 온갖 짐승들이 저마다 먹을 것에 혈안이 되어 뛰어다닐지라도 큰 가뭄이나 홍수 같은 자연재해가 아닐 바에야 모두 먹고사는 것이 이치이다. 짐승들도 그 이치를 알아 먹고살기에 필요한 만큼 그 너머 것에는 주의를 두지 않는다. 다람쥐가 도토리를 모아들일 때에도 그건 자연의 이치에 따라 겨울을 나야 하겠기에 그런 것인데, 제 욕심껏 챙기는 건 그저 사람뿐이리라.
아버지께서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만큼 주시는데, 이웃의 가난한 사람들이 그 필요한 만큼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당신께서 나눠주신 그들의 몫을 제 욕심대로 챙기는 사람들이 있는 탓이리라. 세계 인구가 늘어나서 땅위의 식량이 부족하다지만, 실상은 먹는 사람은 배 터지게 과식하고, 못먹는 이들은 등골이 휘는 이유는 나눠 먹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상식으로 알고 있다.
오병이어의 기적이, 예수님이 뻥튀기하는 재주를 가지셨던 탓이든 아니면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계명을, 그분을 따라 호숫가에 머물던 많은 군중들이 충실히 따라서 서로 나눔을 실천했던 것이든, 어느 쪽이든 기적이기는 마찬가지이다. 빵을 돌로 바꾸는 일보다 어쩌면 돌처럼 굳어버린 완고한 사람 맘을 바꾸는 것이 오히려 더 엄청난 기적은 아닐까?
완고하고 욕심 많은 사람의 마음은 이제 사람을 서로 해치는 것을 넘어서 자연과 생태에까지 해를 끼치고 있다. 나만 취하고 나면 그뿐 후세에 대한 배려나, 하물며 나무나 돌, 산과 강과 바다, 그 안에 깃들어 있는 미소한 짐승들에 대한 애정이나 보살핌에는 아랑곳도 없다. 다행인 것은 이제라도 조금씩 자연이 그저 인간이 착취하고 지배할 대상만은 아니라는데에 생각이 미치고 있다는 사실 정도.
사람들 서로에게든지, 자연이나 생태계에게든지,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하나다. 소박한 삶. 필요한 만큼 취하고, 남는 것은 돌려주거나 나누는 것. 나만 특별하게 더 취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질박하게 사는 것 그것 하나밖에 더 있을까? 그게 안되니까 우리 아이들은 끊임없이 남과 경쟁해야 하고, 남을 밟고 넘어서야 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있는 것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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