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 끝날 오랜만에 산을 찾았다. 명절 끝이라 그런지 산을 찾은 사람이 많지 않았다. 산에 사람이 적으면 마음이 넉넉해진다. 바람 소리와 풀 벌레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걸어도 뒤에서 따라오는 사람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산에 오를 때마다 느끼는 점은 사람들이 ‘산과 싸우려 산에 오르는 것’ 같다는 것이다. 그저 ‘산이 있으니 산에 오르는’ 사람들처럼 열심히 걷고 걸어서 산에 오른다. 정상에 올랐다는 기쁨에 사방을 한 번 둘러보고 준비한 음식을 나누고 또 열심히 걷고 걸어서 산을 내려간다. 강의를 할 때 가끔 등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등산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다른 사람은 지리산을 00시간에 완주하는데 자신은 0시간에 완주했다는 등 남들보다 산을 빠르게 잘 타는 것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그런 분들에게 산에 오르면서 무엇을 보았느냐고 물어보면 “산이 다 그렇지 뭐 특별한 게 있나요. 나무 있고, 물 있고, 약수터 있고, 또 뭐가 있더라?” “산에 뭐 보러가나요? 산에 오르는 이유는 정상에서 막걸리 한 잔 하면 모든 스트레스가 다 풀리는 기분 때문이지요. 하하하”라는 답이 돌아온다.
‘빨리, 빨리’가 몸에 밴 우리들은 등산도 초스피드로 올라갔다 내려온다. 어떻게 오르던 산에 오르는 것은 건강에 좋은 일이다. 그런데 이런 방법으로 산에 오르는 것은 어떨까. 산과 싸우듯이 오르지 말고 2시간에 완주하는 산이라면 2배, 3배의 시간을 들여 4시간, 6시간에 완주를 하는 것이다. 천천히 걷다보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바람, 하늘, 풀벌레 등이다. 언제나 그곳에 있었지만 한 번도 관심 가져주지 못한 자연을 만날 수 있게 된다. 한 박자 쉬며 천천히 걷다보면 바쁜 생활에서 잃어버린 내 자신도 만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내 자신과 자연 안에 계신 하느님도 만날 수 있다. ‘천천히,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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