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복음화’의 사명 수행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 선포한 신앙의 해가 10월 11일 개막되었다. 새로운 복음화의 첫발을 내디딜 ‘신앙의 해’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 50주년이 되는 2012년 10월 11일부터 2013년 11월 24일 그리스도왕대축일까지이다. 서울대교구 등 전국의 각 교구에서는 ‘신앙의 해’ 동안 신앙의 위기속에서 식어버린 신앙을 되찾고 ‘새로운 복음화’를 통해 허약해진 신앙의 체력을 보강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신앙의 해에 강조되고 있는 ‘새로운 복음화’란 내용적으로는 전통적인 복음화의 개념을 포함하지만, 그 기능이나 방식에 있어서 ‘새로움’을 의미한다. 곧 교회가 오늘날 급변하는 새로운 상황과 조건의 변화에 맞서 이전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열정, 새로운 방식, 새로운 표현”으로 복음화의 사명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가톨릭교회는 급변하는 사회 변동과 그 여파로, 특히 유럽교회에서 종교적 무관심과 팽배하는 세속주의와 무신론 등의 영향으로 신앙의 위기를 절감하고 있는데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차원의 복음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 신앙의 해를 제정, 선포한 배경에는 전 세계적으로 깊어가는 신앙의 위기에 대한 우려가 깔려있으며 이 같은 우려의 근저에는 신앙의 세속화, 특히 문화적인 세속화가 자리하고 있다. 10월 7일 개막되어 28일까지 계속되는 ‘제13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가 현대 세계에서 새로운 복음화가 필요한 첫 번째 분야로 꼽은 것도 바로 문화 분야의 세속주의이다. 세속주의는 복음 말씀에 대한 현대인의 이해에 결정적 장애가 되고 있으며 특히, 오늘날 세속주의는 하느님이나 그리스도교에 대해 노골적인 배척을 했던 과거와는 달리 매스미디어를 통해서 현대인의 일상과 사고방식을 지배하는 문화적 형태를 띠기 때문에 매스미디어 종사자들이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의식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9월 20일 바티칸에서 열린 국제가톨릭 남성단체 모임인 ‘우눔 옴네스’ 총회에서도 유럽의 참석자들이 유럽의 복음화율은 높지만 신앙의 세속화 등의 영향으로 올바른 신앙인으로 살아가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우리나라 역시 가톨릭에 호감을 갖고 세례를 받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신앙이 약해 곧 냉담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의 원인으로 역시 문화의 세속화를 빼놓을 수 없다.
복음화되고 참된 신앙인 모습 보여야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 가톨릭언론인들이 해야 할 역할 또한 막중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가톨릭언론인협의회 회보 「가톨릭언론인」과의 인터뷰를 가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와 주교회의 매스컴위원장 조환길 대주교는 새로운 미디어 기술이 개인과 사회에 선익이 될 수 있게 하기 위한 언론인들의 역할을 강조하고 가톨릭언론인들이 먼저 복음화되고 참된 신앙인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언론인들의 선도적인 역할에 기대를 표시했다.
염수정 대주교는 “신앙의 해에 그리스도와 만나는, 그리스도와의 인격적인 교류 및 체험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 부분이 언론인들에게 아주 중요한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의 발달과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생겨나면서 하나의 지구촌을 이루게 된 오늘날 매스커뮤니케이션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은 무엇보다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존중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새로운 매스미디어 기술이 개인과 사회에 선익이 되기 위해서는 인간의 품위를 손상하고 증오와 불화를 조장하며 약하고 힘없는 이들을 착취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환길 대주교도 오늘날 여러 가지 새로운 매체가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비복음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매체들을 어떻게 복음적으로 활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언론인들이 스스로 복음화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주교는 “특히 가톨릭언론인들이 먼저 복음화 되고 참된 신앙인으로서 살아가는 태도와 모습을 보일 때 주위 환경과 매체도 복음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신앙의 해’를 제정한 근본 목적은 ‘예수 그리스도와의 만남과 그분에 대한 신앙의 아름다움’에 온 교회의 관심을 모으는 것이라고 한다. 언론에 종사하는 가톨릭신자들은 새로운 복음화의 실현을 위해 스스로의 복음화를 먼저 실천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의 복음화를 위해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김태식(토마스) 회장은 1978년 영자신문 코리아 헤럴드에 입사, 경제부·정치부 기자로 활동했으며, 1981년 연합통신(현 연합뉴스)에 입사해 해외경제부 차장, 영문경제뉴스부 부장 등을 역임, 현재 연합뉴스 국제국 기획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서울 가톨릭신문·출판인협회 회장에 이어, 올해 2월부터 서울가톨릭언론인협의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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