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노래 가사는 당당하다. ‘내가 제일 잘 나가’ ‘요즘엔 내가 대세’라는 가사들은 가수의 당당함을 보고 미소 짓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가사가 세상의 전부가 돼버리면 문제가 다르다. 그리스도인의 덕목인 섬김을 행하는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섬김’이라는 말은 생각보다 자주 쓰인다. 서민을 섬기겠다는 통장의 말머리로, 시민을 섬겨 일꾼이 되겠다는 위정자의 공약 등으로 쓰인다. 교회는 빈번히 섬김을 말하는 주체인데, 여기에는 예수가 낮은 이들을 섬기듯 하느님 안에서 서로를 섬기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한데 ‘잘 섬기겠다’는 말을 쉽게 입에 올리기는 어렵다. 섬기겠다고 한 후 하루를 되돌아볼 때 누구를 얼마나 섬겼는지 부끄러워지기 때문이다. 섬김에 대한 어려움은 누구나 있겠지만, 섬김을 행하기 가장 어려운 사람들은 ‘이미 섬김을 받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유교사상과 꽤나 뻣뻣한 수직제도에 놓인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을’보다 ‘갑’이 섬김을 행하기가 어렵고, 종교에서는 사제와 수도자 등 지도자들이 그러하다. 부모가 자식을, 회장이 회원을, 선배가 후배를, 있는 이가 없는 이를 섬기기란 어느 날 예수가 말했듯 낙타가 바늘구멍을 빠져나가기보다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누군가 자신을 섬기는 것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어쩌면 경계해야할 일이다. 기자 또한 내가 얻은 별 것도 아닌 작은 권위에 우쭐함은 없었는가 되돌아본다. 이미 얻은 권위를 모두 벗어던지기는 어렵겠지만 섬김을 행하기 전, 권위 안에 숨어든 거만함만큼은 경계할 수 있을 것이다.
신앙선조가 행하던 칠극의 복오(伏傲) 또한 그러한 마음 아니던가. 수원교구의 설정 50주년 영성운동은 ‘잘 섬기겠습니다’이다. 교구의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은 열심히 섬김을 행할 것이다. 섬김에 대한 의무는 한국교회 전체의 것이다. 말뿐인 섬김이 되지 않기 위해, 섬김을 받는 모두가 스스로의 고개를 깊게 숙여야 교회의 키가 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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