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살고 있는 동네 주유소는 서울시내에서 휘발유값이 가장 싼 곳이다. 주유를 하면 세차비를 깎아줘서 더욱 좋다. 주유소에 세차장이 붙어 있고 5만 원 주유하면 2천 원에, 7만 원 주유하면 1천 원에 깨끗하게 세차까지 해 준다. 세차를 하고 나오면 사람 둘이 수건을 손에 들고 대기하고 있다가 남은 물기까지 말끔히 닦아준다. 그러고 나서 차를 출발하면 상큼한 기분이 들곤 한다.
차에 남은 물기를 닦으려고 세차장에서 나오다가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노인 두 분이 수건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보통 학생들이 ‘알바’로 차의 물기 닦는 일을 하기에 노인이 차의 물기를 닦는 모습을 보고 있기가 좀 불편했다. 두 분의 노인 중 한 분은 70세가 넘어 보였는데 차 문을 열고 차 안까지 깨끗하게 닦는 것이었다.
기자가 당황스러워 “차 안은 안 닦으셔도 됩니다. 제가 닦을게요”라고 얼른 얘기했지만 그 노인은 아주 부지런히 즐겁게 차 안을 계속 닦는 것이 아닌가. 작은 돈을 받더라도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하는 것 같았다.
기자는 문득 애청곡인 김광석의 ‘슬픈 노래’(1991년 작) 가사 한 소절이 떠올랐다. ‘노인의 주름 속에 인생을 바라볼 때, 슬픈 노래를 불러요.’ 차의 물기를 열심히 닦기까지 노인이 걸어 온 기나긴 인생길이 있을 것이다. 유아기와 청소년기를 거쳐 결혼하고 아이를 출산하는 기쁨을 얻고 양육하고 출가도 시켰을 것이다.
10월 2일이 노인의 날이다 보니 10월에는 교회 안에서 노인 신자들을 위한 행사가 교구와 본당, 복지기관에서 자주 있는 편이다. 특별히 10월에 교회가 노인들을 기억한다는 것은 물론 의미가 크다.
막연할지는 모르지만 세차장에서 일하던 노인을 대하며, 교회 안에서 젊은이들과 청장년들이 누리는 ‘화려함’에 비하면 노인 신자들에 대한 공경과 배려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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