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보편교회 전체가 관심을 집중해야 하는 굵직한 기념과 행사들이 대거 몰려 있다. 하지만 모든 기념과 행사들은 하나의 목표로 집중된다. 이른바 ‘새로운 복음화’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비롯해 교황청의 여러 문헌들에서 누차 지적하고 있는 ‘새로운 복음화’란 그저 쉽게 말해서, 그리스도 신앙의 기쁨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상대주의와 함께 교회가 오늘날 신앙의 가장 큰 위험 요소로 꼽는 것이 ‘세속주의’. 하느님의 섭리가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하느님의 뜻, 하느님이 사람에게 준 계명과 원리 원칙에 따라서 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팽배한 세계의 현실을 지적하는 것이리라. 하느님의 존재를 믿고 고백하며, 이를 몸과 삶으로 증거하라고 교회는 가르친다. ‘신앙의 해’ 동안 신자들의 책무는 바로 이것이라고 교회는 일러준다.
그러면 이러한 교회의 가르침이 우리 현실과는 어떤 관련이 있을지. 지금 우리들의 관심사는 먹고사는 일 외에, 오는 12월에 있는 대통령 선거라는 중요한 정치적 선택에 있다. 침체한 경제와 종종 나오는 범죄 기사 외에 언론들의 취재보도는 온통 세 명의 대선 후보에 집중된다. 그리스도인이자 시민인 신자들 역시 다가올 정치적 선택을 어찌할 것인지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미국 역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대선 캠페인에 올해 유난히 미국 가톨릭교회의 입장 표명이 잦다. 특히 현 오바마 행정부의 생명윤리 문제에 대한 비교회적 정책 결정들에 대한 미국 주교단의 강력한 반대 의사 표명은 미국 대선의 향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 가톨릭교회의 선택과 관련해 관심사가 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교회의 가르침을 정치적 선택의 영역으로 끌어내려는 교회 지도자들의 노력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물론 교회나 교회 지도자들의 입장 표명, 정치적 의사 선택의 표시가 어느 한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인증으로 보여서는 안될 것이다. 미국 볼티모어 대교구장 윌리엄 로리 대주교는 “많은 정치적 담론에서 결여된 것은 원칙의 수준, 근본적인 것이 무엇인가 하는 수준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라며 “우리 사회가 이분돼 있는 한 가지 이유는 바로 이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원칙이다.
그리스도인의 입장에서 원칙은 무엇인가. 그것은 교회의 가르침일 수밖에 없다. 신앙과 윤리에 대해 하느님의 뜻으로 파악하고 오랜 세월 동안 가르쳐온 전통적인 가르침들이 바로 원칙이며, 신자들은 그에 따라 선택을 해야 한다. 개인적 이해, 지지 정당이나 인물 등등 숱한 판단의 기준들과 함께, 가톨릭 신자로서 분명히 자신의 선택에서 절반 이상의 비중을 두어야 할 판단의 기준은 바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이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서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대선 후보자들에게 제안서를 발송해 생명권, 언론의 자유, 평화, 환경 및 에너지, 경제, 노동자 보호 등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전달하고 이에 대한 후보들의 견해를 묻는 ‘정책질의’를 한다. 그 답변은 11월 중순까지 회수, 선거를 앞두고 발표한다. 정치적 선택을 위한 제언과 이에 대한 후보들의 정책 방향은 반드시 가톨릭 신자들의 선택에서 진지하게 고려돼야 할 항목이다.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는 추계 정기총회를 마치고 모든 신자들이 반드시 선거를 해줄 것을 당부했다. 주교회의에서 탈핵, 탈원전에 대한 주교회의의 입장 표명을 대선 후로 미룬 것은 이해할 만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 지혜로운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입장 표명의, 순전한 시점상의 문제로 그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타협할 수 없는 윤리적 원칙들이 실제 정치적 의사 결정 과정에는 적절하지 않은 것처럼 여겨져서는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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