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끝내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는데, 넓은 좌식 식탁에 대여섯 명의 엄마와 열댓 명의 아이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사가 끝난 아이들은 식당 안에서 뛰고 소리 지르며 야단법석이었으나, 엄마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야기만하고 있었다. 문득 작년 7월 파리 한 식당에서의 일이 생각났다. 5~6살쯤 되어 보이는 꼬마가 식당 안을 뛰어다니자 아이의 엄마인 듯한 사람이 아이의 뺨을 인정사정 없이 때리는 것이었다. 더더욱 놀란 것은 식당 안에 있던 사람들은 별일 아니라는 듯 식사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공공장소에서 예의를 지키지 않은 벌이란다.
나는 부모교육이나 주일학교 신입교사 교육에서는 특히 ‘네 가지 없는 어린이’에 대해 강조한다.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왜 학교에 다니는지’, ‘엄마는 왜 자녀를 공부시키는지’ 질문을 한다. 대부분 ‘잘 살기 위해서’, ‘행복하기 위해서’라고 말을 하는데, 그때 화면에는 ‘교육은 싸가지 있는 어린이가 되기 위하여’라는 글씨가 뜬다. 와!! 하하하! 일순간 강의장 안은 박수와 웃음이 터져 나온다.
우리는 보통 개념과 예의있는 사람에게는 ‘싸가지가 있다’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개념 없고 예의도 없으며 막무가내인 사람에게만 ‘싸가지가 없다’라고 이야기 한다. ‘싸가지’는 ‘싹수’의 방언으로 ‘앞으로 성공하거나 잘될 것 같은 낌새나 징조’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내가, 내 자녀가 사람들에게 ‘싸가지 없다’라는 말을 듣는다는 것은 ‘앞으로 사람들 사이에 인정받지 못하고, 성공도 못하며 잘 살 것 같지도 않다’라는 것이다.
우리는 오늘도 행복과 성공 그리고 Well-Living을 꿈꾼다. 그러나 진정한 행복과 성공 그리고 잘 살아감은 ‘나’만이 아닌 ‘우리’가 될 때 가능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우리 모두 서로에게 싸가지 있는 이웃이 되어주길 바라며 “나는 네 가지(싸가지) 있는 사람이야”를 되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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