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전수를 위한 새로운 복음화’를 주제로 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3차 정기총회가 10월 28일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집전한 폐막미사로 3주간의 논의를 마치고 막을 내렸다.
이번 주교대의원회의 개최 필요성의 하나는 오늘날 현대 세계와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신앙의 위기 상황에 대한 우려가 아닐 수 없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신앙의 해’를 선포하면서 반포한 자의교서 ‘믿음의 문’을 통해 피력하듯이 현대 세계는, 특히 그리스도교의 뿌리가 내린지 오래인 서구 사회를 중심으로, 세속주의와 상대주의의 교묘한 공격으로 신앙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전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살고 있는 아시아 대륙에서 여전히 그리스도교는 소수 종교일 뿐이고 좀처럼 복음 선포의 여건은 나아지지 않고 있는 듯이 보이며, 그리스도교 초창기 선교 때와 마찬가지로 혹독한 박해와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사회적 차별 역시 사라지지 않고 있다.
고무적인 것은, 세계주교대의원회의에 참석한 교부들은 이러한 어려운 상황들 속에서조차 희망을 잃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복음화의 미래에 대해서 매우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교대의원회의를 마치고 발표된 ‘하느님 백성에게 보내는 최종 메시지’는 “가장 신랄한 형태의 무신론이나 불가지론”조차 영적으로 공허한 것인 아닌, “적절한 응답에 대한 열정적인 기대”로 교부들은 여기고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폐막미사 강론을 통해 이러한 희망과 낙관은 바로 인류를 향한 그리스도의 사랑과 그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폐막미사 복음에서 나온 눈 먼 거지 바르티매오는 자신이 소경인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희망을 잃지 않음으로써, 이제 곧 수난의 길을 걸어가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에게 다시 하느님의 빛, 신앙의 빛을 볼 수 있도록 기적을 행하셨다.
우리도 역시 주교대의원회의 교부들 및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함께 믿음과 희망을 잃지 않을 때 세상의 복음화는 하느님의 뜻대로 이뤄질 것임을 믿는다. 하지만 우리는 동시에 교황 성하께서 분명히 지적하고 있듯이, 우선 자신이 소경인 것을 알고 빛을 보기를 열망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오늘날 우리들 각자와 한국교회가 처해 있는 현실 상황 속에서 우리는 과연 자신이 눈이 멀어 있지는 않은지, 복음에 소홀하고 가난한 이들과 병든 이들에게 소홀하게 대하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 자신들의 신앙과 그 실천을 우선 철저하게 성찰해야 할 것이다. 소경이 소경인지도 모를 때, 그 소경은 결코 빛을 다시 찾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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