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을 보면 살맛 나는 세상이기보다 정나미 떨어지는 얘기가 연일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세상이 어지럽다. 천지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어지러운 소식만 들려온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가 좋은 일로 1위를 하지 못하고 이혼율, 자살률이 세계 1위라고 한다. 각종 흉악범죄도 판을 친다. 이러다보니 우리들 세상은 빛이 없고, 살고자 하는 의욕도 없으며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고 마지못해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과연 우리가 꿈꾸는 살맛 나는 세상은 없는 것일까?
옛날 어느 농가에서 며느리가 밥을 짓는데 밥이 타버렸다. 며느리가 아궁이에 불을 너무 많이 때서 밥이 탔다며 안절부절못하자, 시어머니는 자기가 밥솥에 물을 너무 적게 부어 그렇게 됐으니 자기 탓이라고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시아버지는 자기가 아궁이 옆에 땔 나무를 너무 많이 쌓아 놓아 며느리가 그걸 다 때느라고 밥이 탔으니 자기 책임이라고 했다. 짜증내고 화를 낼법한 상황이 웃으며 마무리 됐다고 한다. 며느리와 시부모 모두가 ‘내 탓’이라고 해서다.
우린 각박한 세상에 살고 있다. 진정 살맛 나는 세상에 살고 싶다. 살맛 나는 가정에서, 살맛 나는 직장에서, 살맛 나는 본당 공동체에서 살기를 바란다. 어떤 세상이 살맛 나는 세상일까?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나’부터 변화돼야 한다. 앞서 며느리와 시부모의 얘기처럼 ‘남 탓’이 아닌 ‘내 탓’을 생활 속에 실천하자.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누구보다 그리스도인인 우리의 노력과 실천이 중요하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것을 요청하신다. 이 세상이 마치 소금이 들어가지 않은 것처럼 무미건조한 곳이며, 빛이 비추이지 않은 것처럼 어두컴컴한 곳과 같다는 것을 전제한 말씀이다.
이런 세상에서 우리들이 반응할 수 있는 방식이 몇 가지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이 세상의 풍조에 떠밀려 사는 것이다. 패배주의적인 태도라 할 수 있다. 세상의 위력 앞에 굴복하고 이 세상의 방식대로 살아간다.
하지만 주님께서 원하시는 방식은 그런 패배주의적인 태도가 아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세상의 빛과 소금이니, 그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목적은 무미건조한 이 세상에서 살맛 나는 맛을 내라는 것과, 어두컴컴하고 절망적인 이 세상을 살맛 나는 밝은 세상으로 만들라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 삶을 되돌아보자. 신앙인으로 살지 못하고 세속적인 인간으로 산다면 주님의 당부와 가르침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 세상 사람들과 똑같이 죄를 짓고, 이 세상 사람들과 똑같이 돈에 목매달아 살고 있고, 이 세상 사람들과 똑같이 서로 싸우고 용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똑같은 모습을 가지고선 소금의 맛도 빛의 밝음도 낼 수 없다. 우리가 소금의 맛을 내고 빛을 비추기 위해서는 이 세상과 달라야 가능한 이야기다.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잘했어” 등의 말이 있다. 이 말들을 아끼지 말자. 힘든 삶 속에서도 위로와 희망을 주는 긍정적인 얘기들이다.
또 내 입장에서 내는 큰 목소리보다 상대를 배려하는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베풀고 나누며 살아간다면 분명 살맛나는 세상을 실현하는데 큰 보탬이 될 것이다. 하느님 말씀에 따라 꿈과 희망을 나누고 서로를 배려하고 알아주는 세상을 만드는데 마음과 힘을 모아야 한다. 빛과 소금의 역할은 생각의 변화와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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