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일 세계사형폐지의 날을 기념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종교와 이념을 넘어 사형제도의 비인간성과 폐지의 당위성을 확인하는 세미나가 마련된 것이다.
사형제도 폐지는 인간생명의 존엄성 수호라는 차원에서 교회의 지속적이고 꾸준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교회는 인간생명을 인간의 손으로 단절시키는 사형제도를 반생명적인 제도로 간주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사형제도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화됐다. 특히 지난 17대 국회에서 여야의원 175명의 서명을 받아 사형폐지 법안을 제출했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사형제도 폐지에 대해 모든 국민들이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 국민들은 흉악범죄로부터의 위협에 이 제도가 최소한의 방패막이라는 생각을 여전히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최근 희대의 살인자에 대한 소식이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함에 따라 불안한 마음에 사형제도 폐지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커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우리는 사형제도는 반생명적이며 허가받은 살인이라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 흉악범죄에 대한 소식이 사형제도에 대한 우리의 근본적인 입장을 변화시키도록 해서는 안 된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복음의 가르침에 바탕을 두고 사형제도 문제를 대해야 한다. 사형제도가 범죄 억제 효과를 갖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기관 조사나 설문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 따라서 최근 떠들썩했던 흉악범을 사형시킨다고 해서 그것이 사회 전반의 범죄율을 낮추는 것은 아니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드러난 바에 따르면 실제 세계 여라나라들도 사형집행이 급격히 감소했다. 2011년 전 세계 198개국 중 20개국만이 사형을 집행했다고 한다. 이는 10년 전 31개국이 사형을 집행한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 것이다. 국제엠네스티 자료에 따르면 사실상 사형폐지국 35개국 등 법률상 또는 사실상 사형폐지국은 전 세계적으로 140개국이며, 사형존치국은 58개 나라로 나타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형존치국의 수가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진행되는 사형제도 폐지 노력은 무조건 사형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사형제를 없애는 대신 종신형제를 도입해야 한다. 흉악범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방법은 사형만이 아니다. 사형제 폐지의 근본 취지에 대해 좀 더 열린 마음을 갖고 관심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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