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에 배낭을 챙겨 매고 산으로 갔다. 벌써 단풍이 낙엽이 되어 온통 발밑에서 사그락 거린다. 한참을 오르다 갑자기 지난번 산속에서 본 토끼 두 마리가 생각났다. ‘잘 지내고 있을까.’ 그때 내 생각을 읽기나 한 듯 토끼 두 마리가 눈앞에서 오물오물 거리고 있었다. “야. 너희들 잘 지냈어?” 나는 배낭에서 사과를 꺼내서 먹기 좋게 잘라서 토끼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 녀석들을 만난 건 지난 추석 연휴 때였다. 그날도 산길을 걷고 있는데 부시럭 소리가 나서 보니 토끼 두 마리가 나뭇잎을 먹고 있었다. 산속에서 보는 토끼가 신기하기도 하고 해서 가까이 가서 먹을 것을 주니 도망가지도 않고 잘도 받아먹었다. ‘어. 집토끼? 아. 누군가 버리고 갔구나. 나쁜 사람들 같으니.’ 날씨도 추워지고 들고양이도 많은 산에서 올겨울을 잘 보낼 수 있을지 마음이 아팠다.
여름철 휴가지에 버려지는 애완견들, 재건축이 진행되어 사람들이 다 떠난 마을에 홀로 남겨진 동물들. 화가 난다고 애완견를 때려 죽이는 몰염치한 모습들은 모두 우리들의 양심이 버려진 흔적들이다. SBS에서 방송되는 ‘동물 농장’을 보면 ‘유기견’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집을 잃거나, 주인이 버린 동물들을 보호하는 보호소에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안락사를 시킨다고 한다. 안락사를 앞둔 동물들이 사람의 입을 빌어 우리들에게 이야기 한다. “저한테 이러지 마세요. 저를 가족이라고 하셨잖아요.”
귀여워서, 또는 호기심으로 키우기 시작했으나, 아프거나 예상치 못한 일로 감당하지 못하면 버리는게 우리들 모습이다. 이젠 ‘애완 동물’이 아닌 ‘반려 동물’로 생각을 바꾸어야 할 때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항상 사랑해주며 평생을 함께하는 마음’이 바로 ‘애완 동물’이 아닌 ‘반려 동물’로 생각하는 마음이다. 버려져 길거리를 헤매고 있는 동물들에게 우리들의 마음을 전한다. “미안하다. 애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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