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글을 배우면서부터
글을 모르면서도 글을 썼듯이
중학교 때,
밥의 향내를 음미하듯이 글 향을 맛보았다.
이십대!
순수하다 못해 천치처럼 하얗게 꿈만 꾸던 때,
땅속에 숨어 다니는 두더지처럼
글이 마음속에서 꼼지락거렸다.
글은 늘 새벽처럼 빨랐고
말은 점점 저녁노을처럼 구물거렸다.
나날이 글은 커지고 말은 작아졌다.
어느새 글이 자유로워졌다.
이름 모를 산을 오르고
꽃을 부르고
소나무에 눈을 대고 푸르게 웃었다.
샘물과 인생을,
풀들과 약점을
새들과 자유로움을 논하기도 했다.
수도생활!
수도원 대문 안에 갇힌 사람들을 만났고
한정된 장소, 시간, 일을 만났다.
하느님을, 성경을, 성체를, 전례를…
하나하나 만나면서 자유로움을 누렸다.
하루하루 신(神)을 좋아하게 되었고
바람처럼 내 마음속을 감미롭게 드나드는 성령을 느꼈다.
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창공 어딘가에 띄우고 싶었다.
창공을 글 창고로 만들고 싶을 정도로 가득
갈망은 언젠가 이루어지리라.
얼마 전에 일이다.
마르타와 마리아의 모습 안에서
마리아가 유리처럼 맑게 돋보였다.
고요히 그분만을 쳐다보는 눈길이
말씀이 눈길을 타고 강물처럼 고요히 흐르는 소리가
시편 “내 영혼아 하느님만을 고요히 기다려라”고
하느님 만을 고요히…
끊임없이 고요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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