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상영된 「투모로우」는 아는대로 자연재해영화이다. 급격한 지구 온난화로 인해 남극 북극의 빙하가 녹고 바닷물이 차가워지면서 해류의 흐름이 바뀌게 되어 결국 지구 전체가 빙하로 뒤덮히는 거대한 이변이 발생한다. 미처 남부로 피신하지 못한 사람들이 북부의 국립도서관으로 대피한다. 그들은 냉혹한 추위를 견디지 못해 그곳에 보존된 책들을 태우기 시작한다. 불에 던져져 태워질 책을 나르는 짧은 순간에도 책장을 넘기며 유년시절의 기억을 건져내는 사람들, 어느 철학자의 사상, 위대한 과학자가 발견한 법칙 등…. 짧은 반추를 끝내자마자 불속에 책을 던져 넣는 사람들. 그러나 그들이 태우지 못하고 남겨두기로 하는 단 한 권의 책이 있다. 손으로 필사한 인류 최초의 성경! 인류가 멸명한다 하더라도 남겨져야 할 한권의 책이 등장하는 이 부분에서 나의 영화이야기를 끝맺고자 한다. 영화의 포커스와 엇갈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인류의 운명은 그들이 남겨둔 책 속에 이미 예고되었던 사실이라는 것을 암시적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 책이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를 사용한 책인지, 유럽인들이 사용한 양피지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들은 인류 태초 역사를 기록한 그 책이야말로 자신들이 죽고 없어진 세상에서도 미래로 이어지는 역사의 징검다리가 될 것임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지금 여름처럼 느릿느릿 책을 읽고 있다. 내 삶의 징검다리가 될런지는 모르나 적어도 「나를 찾아가는 마음의 지도」한 장쯤은 그 속에서 얻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어린 시절, 반짝거리는 하드커버의 그림책을 품에 안고 가슴 두근거리던 기억이 아련하다. 그것들은 나에게 얼마나 많은 꿈을 꾸고 그 꿈을 가능케 했던가. 그 때처럼 내 눈을 빛나게 해 줄, 내 가슴을 울리게 해 줄 책 한 권과 여름 휴가 길에 동무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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