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해와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 50주년 등 굵직한 역사적 의미가 있는 시기를 지내면서 최근 들어 각종 학술회의와 세미나, 연구 발표회 등이 빈번하게 마련되고 있다. 특히 공의회 정신을 되돌아보면서, 그것이 오늘날 우리의 현실과 어떤 관련성을 맺고 있는지에 대해서 깊이 성찰하려고 하는 기회가 많아진 듯해서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교회는 세계 어느 나라에 비해서도 신앙적인 활력이 여전히 왕성하고 교세의 면에서도 빠른 기간에 놀라울 만큼 성과를 거둠으로써 사회 안에서도 그 영향력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교회 안에서는 이러한 양적 성장에 걸맞는 질적 성숙이 이뤄졌었는지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성찰하면서, 교회 내적인 성숙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이제부터 1년 동안 지내게 된 ‘신앙의 해’ 역시도 어떤 의미에서는 보편교회가 자신의 신앙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참된 그리스도 신앙을 다지는 내적 성숙의 기회로 삼고자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기에 교회의 가르침을 학문적으로 성찰하고, 오늘날 우리 세계와 사회의 현실을 이에 비추어 점검하려는 것이 바로 최근 들어 늘어난 각종 학술 토론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한국교회에서는 교회 학문과 학술이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다는 점에는 누구나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영성생활의 풍요로움이 수도회의 활성화와 성숙에 달려 있듯이, 교회 생활, 신자들의 신앙생활은 신학과 철학, 다양하고 풍성한 교회 학문의 진흥에서 그 원천을 찾을 수 있다.
물론 신앙생활의 기본은 교회 내에서 전해지는 풍요롭고 거룩한 전통과 성경이지만, 신학과 철학은 교회의 가르침과 경전을 바탕으로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풍성한 결실을 전해주는 몫을 한다. 따라서 교회 학문이 빈곤할 때 신자들은 신앙생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더욱이 오늘날처럼 복잡다단하고 분야마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시대적 상황 안에서는 전통적인 교회 학문의 영역인 신학과 철학 분야 뿐만 아니라, 인문과학과 사회과학적 성찰들이 교회 학문의 영역으로 통합되어 학제적인 연구도 절실하게 필요하다.
학문의 진흥은 눈에는 잘 보이지 않고 그 성과 역시 단기간에 거둘 수 없는 것이지만,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이다. 이를 위해 교회의 가시적인 투자, 장기적이고 조직적인 진흥의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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