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성당의 자모회 및 자모 교사들을 대상으로 ‘위령성월과 죽음’에 대해 강의를 했다. 확실히 엄마이며 교리교사들이어서 그런지 위령성월의 의미와 마음가짐에 대해 잘 알고들 있었다.
그러나 정작 ‘죽음’에 대해선 많은 분들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했다. 바쁘게 돌아가는, 하루 하루가 롤러코스터 같은 생활 속에서 ‘죽음을 준비하고, 죽은 다음을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죽음’을 느끼게 되는 것은 부모님이나 가족 어르신 또는 지인들이 운명을 달리했을 때이고, ‘아직까지 죽음은 나와는 상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령성월의 의미에 대해 강의를 마치고, A4 용지를 나누어 준 다음, 종이 한 면에는 자신의 묘비명과 지금 남겨진 가족들 이름을 적고, 뒷면에는 유언장을 쓰게 했다.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곧바로 자신의 묘비와 유언장을 쓰기 시작했다. 얼마 시간이 지났을까 여기 저기서 훌쩍훌쩍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바쁘다고, 또는 그냥 그렇게 살면 되지 하는 생각에 잘 생각해 보지 않던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고, 남겨진 가족들에 대한 가슴 아픔의 눈물이었다.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이며 독설가인 조지 버나드 쇼는 94세 치열한 삶을 마감하며 묘비명을 통해 사람들에게 값진 교훈을 주었다.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몇 차례의 수술과 주사약의 부작용으로 전신마비의 고통을 겪은 후, 11월 위령성월에 하는 일은 ‘유언장’을 쓰는 일이다. 10년 전 처음 유언장을 쓰던 날, 친정 부모님과 남편 그리고 아이들에게 유언장을 쓰면서 어찌나 울었던지 눈이 퉁퉁 부어 식구들을 걱정시켰던 일이 생각난다. 그 후 몇 차례 더 유언장을 쓰다 보니 이제는 차분한 마음으로 마무리를 한다. 그럼에도 유언장을 쓰다 보면 가슴이 먹먹한건 어쩔 수 없나 보다.
10월 11일에 ‘신앙의 해’가 선포되었다. 내년도 유언장에는 ‘올 2013년에는 어느 때보다는 행복한 예수님을 만났고, 행복한 예수님을 세상에 전한 해’라고 쓸 수 있도록 다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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