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성탄절이면 교황의 성탄절 미사가 전세계에 생방송으로 중계된다. 16년 전인 지난 1996년 성탄절에는 처음으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성탄 축하 메시지가 인터넷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2년 뒤인 1998년 8월부터는 교황청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서 교황의 강론이 생중계되기도 했다.
이 교황청 홈페이지는 1995년 성탄절에 즈음해 처음 개설된 것이다. 영어는 물론이고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등 모두 6개국어로 서비스됐던 교황청 사이트는 개설한지 단 이틀만에 접속 건수가 30만에 달했고 연로하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건강이 안 좋다는 보도가 전해진 연초에는 교황의 쾌유를 비는 기도와 청원이 쇄도했다. 워낙 세계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니시던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이후에는 사이버 세계의 스타가 됐다.
요한 바오로 2세의 후임인 베네딕토 16세 교황도 높으신 연륜(?)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그닥 거리낌은 없으신 듯 보였다. 올해 85세이신 베네딕토 16세는 이미 2007년 유튜브 채널을 열었고, 2009년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교황 사진과 메시지를 주고 받는 온라인 공간을 만들었다.
이어 지난해 6월 28일에는 교황청 트위터 계정을 통해서 처음으로 트위터 메시지를 날렸다. 이 트위터 첫 메시지는 “친구들이여, 교황청이 뉴스 포털을 열었습니다.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찬미를! 기도와 축복을 담아, 베네딕토 16세”였다. 교황청의 트위터에는 3시간 만에 무려 1만5천여 명의 팔로어가 폭주했다.
사실 여기까지 교황은 교황청, 바티칸의 공식 트위터 계정을 사용했다. 그런데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올해 연말부터는 전적으로 개인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활동을 개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개인 계정을 사용한 트위터리안으로서 교황은 이제 제대로 SNS의 정신을 실현할 것으로 기대해도 될까?
80세가 넘으신 어르신께서는 컴퓨터 모니터나 그보다 훨씬 작은 탭보다는 종이에 인쇄된, 사각사각 책장이 넘어가는 그런 책이 맘에 드실 일이다. 어쩌면 컴퓨터보다도 펜을 들고 쓰셔야 당신 생각을 좀더 정연하게 책으로 남기실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가끔 만나 뵙는 취재원 어르신들 가운데에는 여전히 펜으로 칸칸이 원고지를 메워야 글이 써지시는 분들도 계신다.
한국에서는 마산교구장을 지내신 박정일 주교님께서 첨단 미디어 활용에 가장 솔선수범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자들과의 소통도 가급적이면 메일을 적극 활용하셨고, 장시간 인터뷰라도 하고 오면 반드시 수고했다는 덕담을 메일로 보내주시곤 해서 감탄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참으로 존경스럽기 그지없다. 전통의 수호자이신 교황 성하나 주교님들께서 가장 진보적인 미디어를 오히려 웬만한 본당 신부들보다 더 열심히 옹호하고 손수 모범을 보이시려고 힘을 기울이시는 모습은 본받을 만하다.
이제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교황청이라는 기관 계정이 아닌, 전적으로 개인으로서 트위터의 세계에 등장하신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 상징적인 의미는 실로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트위터의 세계, 페이스북이나 마이스페이스, 혹은 싸이월드의 세계는 절대적으로 개인과 개인과의 만남과 관계의 세계이다.
관공서나 기업 등에서도 이러한 SNS 계정을 통해서 홍보를 하지만 아무리 큰 대기업이라고 할지라도 사이버 공간에서는 단지 한 표를 행사할 뿐이다. 교황님이나 한국의 한 필부나 일대일의 만남이고 일대일의 관계로 맺어진다. 오프라인의 지위는 온라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만 오프라인의 관계가 온라인으로 그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교황님께서 이러한 현대의 소통방식과 그 의미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참으로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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