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가정주부이다. 성당은 다니지 않지만 ‘가톨릭신문’도 읽게 되고 신부님이 쓰신 글도 수녀님이 쓰신 글도 자주 읽는다. 일주일에 한 번씩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다 보니 그렇다. 책의 반납과 대출이 주요 일이지만 틈틈이 책도 읽고 신문도 읽을 수 있어서이다. 또 어느 선한 분이 신청을 하셨는지 언제부터인지 ‘가톨릭신문’도 가지런히 비치되어 읽게 됐다. 이미 글 잘 쓰시는 수녀님도 신부님도 알고 있었지만 신문읽기도 재미있었다.
어느 독자님이 쓰신 ‘가난해도’라는 시를 읽고는 많이 공감도 했다. ‘나도 그랬을거야. 주님이 나를 많이 도와주셔서 부족함이 없이 살았더라면 나도 주님을 외면하고 살았을 거야’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난달에는 신간서적의 목록에 홍성남 신부님의 「화나면 화내고 힘들땐 쉬어」를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너무 착한 사람 노릇을 하다보면 화도 나고 어느 때는 이성을 잃을 만큼 화를 내며 만만한 아이들에게 소리지르는 내 모습을 생각하며 읽었다. 또 나만 내 자신을 조절하지 못하고 사는 것 같은 열등감의 후폭풍도 만만치 않은터에 신부님의 글은 내 마음의 감옥을 열게 하는 힘이 있었다. 그리고 나서 며칠 후에 나는 어느 일간지에서 홍성남 신부님의 또 다른 책을 발견했다. 제목도 섹시한 「벗어야 산다」였는데 도서관에서 검색해보니 우리 도서관엔 그 책은 없었다. 제목도 은근히 멋있고 해서 아무도 모르게 서점에 가서 한 권을 샀다.
아주 천천히 찬찬히 읽었다. 뭐 그리 책 제목처럼 은밀하지는 않아도 속 시원하게 나의 죄책감의 옷도 열등감의 옷도 원망의 옷도 다 벗어 던지게 하는 섹시함이 있었다. 너무 재밌어 끝까지 다 읽고 한숨 자고 났더니 염증이 있어 잇몸이 퉁퉁 부었던 어금니가 아프지 않았다.
신부님의 글 속에도 그런 내용이 나온다. 이가 아팠는데 푸욱 하루 쉬니까 통증도 없어지고 부었던 부위도 가라앉고…. 그런데 내 어금니가 그럴 줄을 몰랐다. 치과를 먼저 가지 않고 「벗어야 산다」를 은밀히 사서 먼저 읽은 보람이 있었다. 아마도 신부님의 말씀대로 분노도 열등감도 원망도 다 내려놓고 한숨 자서 그런 것 같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내년 이맘 때쯤엔 우리집에서 가까운 만년동성당이 완공된다하니 나도 다녀야겠다. 교리공부도 하고 재미있는 책도 더 많이 읽고 싶어서이다. 또 어떻게하면 내 소중한 보물인 남편과 아이들에게 화가 나도 소리를 지르지 않고 잘 살 수 있나를 배우고 싶어서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