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림시기, 그리스도인들은 남다른 책무를 부여받았다. 지난 11월부터 시작된 ‘신앙의 해’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숙제를 내주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고백하고, 경축하며, 실천하고, 기도하는 신앙의 내용을 재발견하고, 신앙 행위를 성찰하는 것은 특히 이 신앙의 해에 모든 신자들이 짊어져야 할 책무입니다.”(교황 자의교서 ‘믿음의 문’ 제9항)
가톨릭 신자들은 한 해 내내 이 숙제를 어떻게 훌륭하게 풀어내 ‘신앙의 해’를 마감하는 날 당당하게 제출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때로는 이해난망이지만 심오한 뜻을 담고 있을 것으로 짐작하는 교황님 말씀과 각종 교회 문헌들을 쉽게 풀이하면,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러하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창조하셨고, 당신 외아들을 보내주셨고, 십자가에 달리시도록 허락하시고, 영광스럽게 부활토록 하시어, 사람들이 그 영광에 참여해 구원을 받을 수 있도록 섭리하셨다는 것을 굳게 확신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만나고 알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교회의 가르침을 충실하게 배우고 익혀 삶에서, 현대 세계와 사회의 온갖 유혹적이고 왜곡된 생각과 주장들에도 불구하고, 실천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신앙의 확신이 있어야 하고, 불편과 유혹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고 헌신적인 투신이 있어야 할 것이다. 새해에 계속되는 ‘신앙의 해’를 위한 노력은 생과 사를 가르는 ‘전투’ 수준의 투철한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교회를 사랑하는 몇몇 어르신과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신앙의 해’를 실천하기 위한 또 하나의 방향 혹은 방법에 대해서도 성찰해야 함을 느낀다. 다양한 이야기들이었지만, 요지는 이러하다. 서구교회가 지금까지의 자세를 전면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그리고 한국교회가 참으로 자기반성으로부터 시작하지 않는다면, ‘신앙의 해’는 온전한 성과를 볼 수 없을 것이라는. 필자는 아직 그 의미를 알지 못하기에 어르신들과 지인들의 말을 더 경청할 생각이다. 다만, 한 가지는 어렴풋하게 동의한다. 교회가, 구체적으로 교회 당국이, 통절한 자기반성으로 시작하지 않고, 혹은 그것이 결여되거나 거기에 소홀한 채, 백성들에게 세속과 세상의 유혹으로부터 강건한 신앙을 촉구할 때, 조금은 설득력이나 효율성이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어설픈 추측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간다면, 단지 세속주의와 상대주의 문화 탓일까? 교회가 그들을 잡지 못하는 이유가 세상의 책임일 뿐일까? 종교가 단지 심리적 위안을 주는 취미로 퇴락했다면, 거기에 그리스도의 향기를 뿜어내지 못하는 성직자나 수도자의 흠은 없을까? 첨단 커뮤니케이션 수단과 문화들을 우려할 때, 교회는 새로운 문화에 대한 이해를 하고 있는 것일까? IT 강국의 면모를 갖추려고 할 때, 단지 행정적 편의를 위한 노력만 했던 것은 아닐까?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문화의 특징인 쌍방향 소통에는 무감하지 않았는가? 경제적 불평등,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 파괴를 비난하는 교회는, 구조적인 문제는 외면하고 그저 자선과 수혜라는 개인적인 성덕 쌓기만 강조하지는 않았는지? 세상 속의 교회를 기대했던 공의회 정신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여전히 성속 이원론에 따라 개인적 신심에 신앙을 국한하도록 신자들을 교육하지는 않았는가?
세상을 향해 사회교리를 외치면서도 정작 교회의 울타리 안에서는,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의장 피터 투손 추기경이 말했던, ‘교회 안에서 가장 잘 유지되는 비밀’로서의 사회교리의 잣대를 적용하기를 피하지는 않았던가?
과연 교회는 이른바 현대 세계 안에서의 ‘신앙의 위기’에 대해서 이미 세류에 휩쓸리기 쉬운 평범한 백성들과 이미 세속화가 완성돼 있는 세상의 조류에만 그 책임을 물어도 좋은 것인가? 그것으로 해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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