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교회 안팎에서 ‘생명을 살리는’ 활동을 주로 취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취재현장에서 종종 듣는 말은 ‘오늘은 몇 명이나 죽일까’이다. 성이 ‘주’이고 직업이 ‘기자’인 탓에 필자의 호칭은 ‘죽이자(주 기자)’가 된다. 우스갯소리인줄 알면서도, 내심 ‘남기자(남 기자)’, ‘이기자(이 기자)’, ‘바뀌자(박 기자)’ 등의 긍정적인 호칭과 비교하며 한숨을 내쉬곤 했다.
그런데 한 지인이 “ ‘주기자’는 주기만 하기 때문에 부르는 호칭이잖아요. 왜 시무룩하죠?”라고 말을 건넸다. 이런 긍정적인 의미를 생각 못하다니. 지인의 한마디는 남에게 줄 것,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늘 고민하게 하는 새로운 촉매가 되어줬다. 덕분에 더욱 열을 올리며 찾아다닌 이들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주기만 하는’ 사람들이었다.
우리 주변에는 물질적 기부뿐 아니라 다양한 나눔 활동을 그야말로 밥 먹듯이 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큰 부자들부터, 해마다 나물을 팔아 번 몇 만원, 고물을 주워 바꾼 몇 원을 한 푼도 빼지 않고 이웃을 위해 기부하는 어르신들까지.
왜 자신의 것을 남에게 주는가. 사실 몰라서 묻는 질문은 아니다. 그들의 대답도 한결같다. ‘나눔이 나를 기쁘게 한다’는 것이다. 또 자선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가장 창의적인 방법이고, 내가 더 행복해지는 행동이고, 내 가슴을 벅차게 한다고 강조한다.
나눔의 의미를 특별히 더 깊이 되새기고,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디딤돌이 되어주는 자선주일이다. 올해 자선주일 담화에서도 “그리스도인은 ‘지금 여기서’, 값싼 동정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으로 참다운 자선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모든 사람은 줄 수 있는 그 무엇인가와 마음을 갖고 있다. 내 안에 깃든 그 예수 그리스도의 뜻이 발휘되는 때는 바로 지금,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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