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 기자가 푹 빠졌던 드라마가 있다. 남자 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하는 내용이었다. 이름하야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다.
기자도 그런 남자를 알고 있다. 33년을 살아가면서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이 없다. 가난한 사람과 소외된 이웃들에게 먼저 다가가 따뜻한 손을 내밀었고, 병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낫게 해줬다. 심지어 자신을 죽이려고 모함하고 돌을 던지는 이들을 용서하고 목숨까지 바친 ‘사람’이었다. 그러면서도 그가 바라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는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세상을 외면하고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그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사랑’ 때문이었다. 사랑하기에 다가갔고, 사랑하기에 용서하고, 사랑하기에 죽음도 마다하지 않았다. 죽은 후에도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 부활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와 못다 한 사랑을 건네줬다. 그가 사랑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그의 희생으로 살아난 사람들은 점차 사랑의 본질을 잊어가고 있다. 그의 생일만 다가오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면서 형형색색의 장식과 신나는 노래로 거리를 가득 메운다. 그나마 몇몇 사람만이 그가 세상에 남긴 흔적을 따라가고 있을 뿐이다.
성탄·송년호 취재로 바빴던 지난 주, 현장에서 착한 남자를 닮은 소수의 사람 중 한 사람을 만났다. 30년 동안 호적도 없이 유령인간으로 살았지만, 세상 누구도 그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지만 지금은 공동체에서 궂은일을 도맡아하며 ‘보석’이 된 사람이었다. 순수하게 ‘사랑'으로 가득찬 그를 보면서 착한 남자가 다시 이 세상에 온다면 그런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12월 25일은 그 사람의 2012번 째 생일이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에게 작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저희 곁에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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