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계청이 ‘2012년 가계 금융 복지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연간 가처분 소득이 1000만 원도 안 되는 국민이 16.5%나 된다고 한다. 즉 가처분 소득을 기준으로 한 빈곤율이 16.5%란 이야기다. 빈곤율은 가처분 소득을 표준으로 중앙값 50%에 해당하는 빈곤선 이래 인구 비율을 말한다. 지난해 가처분 소득 중앙값이 1996만원이었고, 그 값의 절반인 998만 원이 빈곤선으로 정해졌다.

결국 이 같은 통계는 실제 우리나라 6분의 1 정도가 빈곤층이라는 것을 드러내 준다. 이 중에서 노인들로만 구성된 가구가 67.3%였고 조부모와 손자가 사는 조손 가구는 59.5%였다. 장애인 가구(38.9%), 한부모 가구(37.8%), 다문화 가구(20.8%)가 그 뒤를 이었다. 통계 결과를 참고할 때 우리가 손 내밀고 주변에서 돌아봐야할 어려운 이웃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으로도 비춰진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는 2013년 신년 메시지를 통해 ‘이웃 사랑 실천’을 강조했다. “사회구조의 변화로 ‘소외된 이웃’의 모습도 다양해 지고 있다”면서 “올해 특별히 우리 주위에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 기다리는 소외된 이웃은 없는지 살피고, 그들 편이 되어 주어야 한다”고 했다. “물질적인 도움뿐만 아니라 내가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로 누군가는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다”고도 했다.

통계 자료에서 보듯 빈곤의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노인·장애인·결손가정·다문화가정 등 사회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소외 계층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물질적 도움도 도움이지만 손을 잡아주고 눈을 맞춰주는 정신적인 연대의 모습도 절실하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자들에게 있어서 하느님 사랑은 곧 이웃 사랑으로 풀이된다. 예수님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마태 25, 40)라고 말씀하심으로써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것임을 알리셨다. 또 ‘네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사랑의 계명을 남기셨다.

같은 맥락에서, 요한 사도는 “우리가 받은 계명은 이것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형제도 사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1요한 4,21)라고 역설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에서도 알 수 있듯, 그렇게 하느님 자녀인 우리에게 이웃 사랑은 다할 수 없는 의무이고 ‘율법의 완성’이기도 하다.

염 대주교는 이웃 사랑 계명에 가까이 가기 위해 고 김수환 추기경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를 자주 말하고 실천하자고 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인사로 가득찬 이웃 사랑 실천’, 새해를 맞는 또 하나의 열쇳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