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사년(癸巳年) 새해의 문턱을 막 넘어섰다. 모든 이에게 시작은 늘 새로운 감회를 던져준다. 해가 바뀐다고 특별히 달라지는 것이 없음에도 새로운 희망과 의욕이 솟아오르게 한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1월도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연초에 나눈 비전은 하느님 나라를 향한 걸음걸음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 되고, 함께 나눈 희망은 어려움을 견디는 공동체의식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더구나 교회 안팎에서 개인주의, 물질주의, 경제제일주의 등 가톨릭 정신을 좀먹는 세속주의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어 그리스도인들의 깨달음과 이에 맞갖은 실천은 중요성을 더하고 있다. 특히 하느님 안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교회 공동체에는 어둠 속에서 빛이 됨으로써 스스로 희망으로 살고자 하는 자기 결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하지만 모든 이들에게 새해가 희망과 기쁨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다짐과 희망으로 넘쳐나는 이때에도 우리의 눈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는 여전히 소외되고 헐벗은 이들이 존재한다. 더구나 전 세계적인 경제난의 파고가 위세를 더해가면서 고통에 찬 이들의 목소리도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자신의 힘만으로는 생계조차 제대로 꾸려나가기 힘든 가난한 이들에게는 더 가혹한 시련을 안겨주는 현실이 엄존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스스로 희망이 될 뿐 아니라 희망을 현실로 일궈내는 그리스도인들의 아름다운 투신과 희생이 부각된다. 특히 새해는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주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세상을 이 땅에 실현해 나갈수 있는 해가 될 수 있다. 우선 지난 제18대 대통령선거를 통해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을 섬기는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은 바로 평범한 국민들, 그들 가운데서 주님의 진리를 외치는 그리스도인들의 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예상되는 수많은 정치적 변화 가운데서도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라는 평범한 진리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는가는 오롯이 우리의 역할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보편교회 차원에서 보면, 지난해 10월 11일 전 세계에서 일제히 막이 오른 ‘신앙의 해’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신앙 쇄신을 통해 새로운 복음화를 향한 길에 주춧돌이 돼야 할 십자가를 부여받고 있다. ‘신앙의 해’의 뿌리가 되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을 올바로 되새기고 오늘에 되살려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앙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모두가 희망을 가져보는 새해, 그리스도께로 마음을 열면 새로운 희망과 세상을 볼 수 있다는 진리를 깊이 깨닫는 한 해가 되기를 진정으로 바라고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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