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복지활동은 고유한 정체성으로부터 부여된 소명이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에게 당신의 영원한 생명을 아낌없이 나눠주셨으며, 우리는 그분께 받은 은총의 선물을 이웃과 나누도록 불리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한 해 기부금은 얼마나 될까? 기부총액을 2600억 원에서 많게는 1~2조 원까지 보는 이들도 있지만,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제각각이다. 전세계 기아아동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는 국제아동기금 기여도에서 한국은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속한다고 한다. 복지사업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기부형태가 일회적이고 감정적이라는 진단에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연말연시에 소나기처럼 성금을 내고서는 일년내내 잊고 산다는 것이다. 각 방송국들이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는 ARS 모금 프로그램들은 우리의 기부문화가 일회적이고 감정적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눈물에 호소하는 성금모금으로는 한계가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한다. 좀 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모금 방안이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올바른 기부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가. 우선 가정에서부터 이를 실천해야 한다.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 남에게 베푸는 마음과 문화를 만들어 가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와 모금에 관한 규제도 시정돼야할 부분들이 있다.
미국에서는 성인의 90%이상이 정기적으로 기부금을 내고 있으며, 개인 기부금이 전체 기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분의 3을 넘는다. 미국사회는 돈이 아무리 많아도 기부를 하지 않으면 상류사회나 엘리트 모임에 참여할 수 없으며, 이런 분위기는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교회는 재화가 어느 한 사람이나 집단의 독점적인 소유물이 아니라 단지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며 위탁임을 가르치고 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은 갖고 있는 재화를 나누어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교회 안에서 기부는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지 못했다. 여러 가지 원인을 찾을 수 있으나 일차적으로는 우리 스스로가 기부라는 행위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인식이 부족한 탓도 있다. 신앙인들은 기부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에 비추어 소명이고 의무이며 나아가 나눔의 기쁨을 주는 숭고한 실천임을 깨달아야할 것이다.
몇십억을 기부해야만, 수십년간 모은 전 재산을 내놓아야만 나눔이 아니다. 나눔은 어느 한 시기에 펼치는 이벤트도 아니다. 아름다운 기부문화는 우리의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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