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다 보면 불쾌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방향 지시등도 켜지 않고 갑자기 끼어드는 무례한(?) 차들로 인해서다. 그럴 때면 “자기만 바쁜가. 다른 차들은 생각도 하지 않고 저렇게 매너 없이 운전하느냐”며 혼잣말로 화를 내기도 한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나도 얌체 운전을 한 경우가 있었다. 바쁘다는 핑계를 대겠지만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내가 잘못했던 건 생각하지 않고 남의 잘못만 비난하고 있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이런 명언을 남겼다. “남의 잘못에 대해 관용하라! 오늘 저지른 남의 잘못은 어제 내 잘못이었던 것을 생각하라. 잘못이 없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완전하지 못한 것이 사람이라는 점을 생각하고 진정으로 대해 주지 않으면 안 된다.”
아프리카에는 다음과 같은 속담이 전해온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함께 가려면 가장 느린 사람의 속도에 맞추어야 하고 가장 느린 사람의 짐을 함께 들어 주어야 한다.” 빨리 갈 수 있는 사람이 양보하는 것 같지만, 멀리가기 위해서는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속도를 늦춘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를 ‘배려’라고 한다.
세상은 갈수록 험해진다. 신념의 자유를 외치면서도 나와 생각이 다르면 비난하고 공격한다. 인성은 갈수록 황폐해지고, 배려의 마음은 사라지고 있다. 이런 세상을 과연 누가 바꿀 수 있을까? 선생님, 정치인, 대통령…. 아니다. 바로 우리 자신이다.
어떤 분야에서든 성공을 거둔 이들을 유형별로 보면 순종형, 주도형, 분석형, 맞춤형이 있다고 한다. 순종형은 상사의 지시를 잘 따르는 유형이고, 주도형은 자신의 의지대로 이끌어가는 유형이다. 분석형은 매사에 일을 잘 분석해서 진행해 나가며, 맞춤형은 말 그대로 상대방에게 맞춰가며 일을 원활하게 이루어가는 유형을 말한다. 상황에 따라 여러 유형들이 필요하지만 필자의 사견으로는 맞춤형을 가장 바람직한 유형으로 꼽는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람 가운데 맞춤형이 적지 않은데 명령이나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상대방의 입장을 최대한 헤아리면서 효과적으로 주위 사람들을 아울러 좋은 결과를 얻기 때문이다. 이러한 맞춤형 리더들이 가지는 리더십은 삶의 원칙 중 하나인 ‘배려’에서 비롯된다. 치열하게 경쟁하며 상대를 제치고 자신의 몫을 챙겨야 하는 현대사회에서 오히려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나 존중과 배려 받기를 원하지만, 정작 자신은 얼마나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고 있는지 되물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이 선뜻 남을 배려하지 못하는 것은 배려가 겉보기에 왠지 손해 보는 장사처럼 느껴져서다. 하지만 심리학적으로 사람은 자기 자신의 기쁨을 얻고자 노력할 때보다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려고 할 때 더 큰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배려의 중심에는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있다. 사람이 저마다 다르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중심으로 배려를 하는 것은 아무리 최선을 다했다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최악이 될 수 있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없다면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오히려 서로를 힘들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배려가 있다면 하느님께서 인류에게 베푸신 구원이다. 하느님은 영원한 생명과 구원의 약속을 전하기 위해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셨다. 이것이 하느님의 극진한 배려이며 사랑이다. 그분의 크신 사랑과 배려를 받는 우리들이 이제 그 배려를 세상에 전해야 한다. 남을 위한 배려는 결국 자신에게 더 큰 행복으로 돌아온다. 배려와 존중이 넘쳐나는 세상. 진정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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