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게 됐지만 가끔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지극한 자괴감을 느낄 때가 있다. 실은 요 며칠 그랬다. 누군가에게 한 끼 밥이 되어주지 못하는 글, 누군가의 눈물 한 방울 닦아주지 못하는 글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서다. 많은 이들이 한파만큼이나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요즈음 그저 자기 만족이나 자기 위안에 불과할지 모를 글 나부랭이들이 부끄럽기만 했다.
지난 성탄절, 온누리가 거룩하고 사랑 가득해야 할 그날에 한 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노동운동을 하던 이들의 죽음은 최근 며칠 들어서만 벌써 다섯 번째다. 언론은 해고와 연이은 생활고 때문이라고 보도했지만 그가 남긴 유서를 보면 그것만이 전부는 아닌 듯 싶다. “자본, 아니 가진 자들의 횡포에 졌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못 가진 것이 한이 된다… 돈이 전부인 세상에서 없어서 더 힘들다.” 그를 세상 끝으로 내몬 것은 생활고가 아닌 자본과 권력과 우리 사회의 어둠이 아니었을까.
사실 나는 그들의 고통과 절망을 잘 알지 못한다. 그러기에 더욱 그들의 마지막 선택 또한 완전히 이해하고 수긍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동일한 상황에 처한 이들의 죽음이 연달아 일어나는 현실을 외면하거나 부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상황이 있다면 어떤 이유에서건 죽음을 막을 수 있게끔 그 상황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이웃인 그들의 죽음 앞에서 나는 과연 자유로운가. 나는 홀로 행복할 수 있는가. 지난 성탄절, 따뜻한 집에서 가족들과 선물을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나는 자꾸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가족이 떠올라 마음 한 구석이 문득 불편하고 몹시 미안해졌다. 많은 이웃들이 분노와 절망, 불안과 공포에 빠져 고통스러운 이때에 나는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할까. 즐겁고 희망차게 새해를 맞이해야 할 마음이 고민으로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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