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남긴 숙제
계사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가장 의미가 큰 사건은 무엇보다도 제18대 대통령선거라고 하겠다. 이번 선거는 높은 투표율과 함께 최초의 여성대통령 탄생이라든지 과반수를 획득한 후보가 당선되었다든지 하는 여러 가지 기록을 세웠지만 선거를 통해 드러난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남겼다.
뿌리 깊은 지역 감정이 여전히 나타났고 진보와 보수, 2030으로 대표되는 젊은층과 5060의 장·노년 세대가 대립을 넘어 대결하는 양상마저 보여주었다.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 펼쳐진 이번 선거에서 양측은 뚜렷한 정책의 차이 없이 ‘오직 승리만을 위한’ 치열한 싸움을 벌였고 서로 비방과 흑색선전을 주고받았다.
치열했던 선거전이 끝난 이제 소모적인 대결은 끝나야 한다. 당선인을 지지한 투표자나 낙선인을 지지한 유권자 모두 우리의 한 형제자매들이다. 지금은 무엇보다도 소통과 통합이 필요한 시기다. 이를 위해서는 당선인과 앞으로 정권을 담당할 사람들이 먼저 화해와 대화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 당선자측은 그들이 과반의 득표로 당선했지만 또한 절반에 가까운 국민들이 낙선 후보를 지지하고 그를 대통령으로 원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낙선자를 지지했던 절반의 민심을 차분하고도 세심하게 살펴 정책을 입안하고 수행하는데 있어서 무리가 있어서는 안 되겠다.
낙선자측은 선거의 결과를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절반 이상의 국민들이 그들을 지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더라도 인정해야 한다. 당선자측이 타도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나라를 5년 동안 이끌고 나가야 할 정치 실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잘 못하는 점은 엄중히 비판하되 국정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파트너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세대 간의 갈등 문제
선거 다음날인 12월 20일 온라인상에 등장한 ‘노인 무임승차 폐지론’에서 보듯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세대 간의 갈등은 진정 우려할만한 상황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는 “노인들은 국민복지를 달갑지 않게 여기니 지하철 무임승차를 폐지해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는데 순식간에 폭발적 호응을 얻어 3일 만에 서명자가 9400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진보성향의 2030세대들이 선거에서 문 후보가 패배하자 보수성향의 5060세대들에 대한 증오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가정에서부터 소통·화합해야
그러나 증오는 문제의 해결이 될 수 없다. 문제는 서로 이해해야 풀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하다.
교회는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세대 간의 갈등 문제는 가정에서 먼저 풀어야 할 문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모 특히 아버지가 자녀들과 대화를 시도하고 자녀들이 마음을 터놓고 부모와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서울의 한 본당에서는 올 첫째 주일인 1월 6일에 가정축복식을 갖는다고 한다.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미사를 드린 후 가정단위로 축복을 해주는 행사이다. 요즘 부모와 자녀간의 대화가 부족하거나 거의 대화가 없는 현실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깨우치고 부모와 자녀 간의 소통을 시작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상대방 말 성의껏 잘 들어줘야
오늘날 화두인 소통과 화합에 대해서 정진석 추기경께서는 먼저 들어주는 사람이 되라는 조언을 하신다. 정 추기경께서는 연말 인사를 드리러 방문한 가톨릭언론인단체장들과의 대화에서 “가정에서 가장이 자녀나 배우자의 말을 참을성을 가지고 잘 들어주기만 해도 그들이 갖고 있던 불만이나 오해 등이 해결될 수 있다”고 하셨다. 자녀나 배우자가 하는 말을 성의껏 잘 들어주기만 해도 문제가 해결되고 화합이 저절로 이루어지지만 이를 거부하고 들어주지 않으면 상대방은 깊은 상처를 입게 되고 가정의 화합은 불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치에서도 마찬가지다. 정권을 잡은 쪽에서 야당이나 국민들의 말을 잘 들어줄 때 소통과 화합은 자연스럽게 따라 올 것이다.
“제단에 예물을 드리려 할 때에 너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형제가 생각나거든 그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그를 찾아가 화해하고 나서 돌아와 예물을 드려라.”(마태 5,23~24)
김태식(토마스) 회장은 1981년 연합통신(현 연합뉴스)에 입사해 현재 북한 관련 영문뉴스를 다루고 있다. 서울 가톨릭신문·출판인협회 회장에 이어, 2012년 2월부터 서울가톨릭언론인협의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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