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12월 한 해가 거의 저물어 가는 어느날 새벽, 교회 종소리에 나는 잠이 깼다. 전등불을 켜고 보니 5시 경이었다. 갑자기 교회에 가고 싶었다.
집사람과 애들이 잠이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소리를 죽여 옷을 대충 집어 입고 문을 살며시 소리나지 않게 열고 나왔다.
아직 밖은 깜깜한 밤이었다. 집에서 100여 미터 정도 거리에 교회가 있었다. 듬성듬성 서있는 보안등 불빛이 교회로 가는 길을 안내해줬다.
교회는 아직 문이 닫혀 있었다. 기다렸으나 문은 열리지 않았다. 다른 교회로 갈까 하고 돌아서 30여 보를 걷고 있는데 교회 철대문 열리는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나는 발길을 돌려 그 교회로 갔다. 대강당이 아니고 지하실 소강당으로 관리인의 안내를 받아 들어갔다.
교회문이 열리고 첫 번째로 들어왔으니 나 혼자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소강당에는 20여 명의 신자들이 이불, 담요, 두꺼운 잠바 등을 뒤집어 쓰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이 추운 지하실에서 밤새워 기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는 방석 빈자리 위에 앉았다. 그리고 십자가에 못 박힌 채 앞쪽 벽에 걸려있는 예수님을 한참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고 기도를 했다.
나는 그때 신자가 아니어서 기도하는 방법도 모르는지라 그저 당시의 어려운 내 생활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을 거르지 않고 그대로 예수님한테 울부짖고 있었다. 난방이 되지 않은 추운 지하실인데도 내 몸과 이마에는 땀이 흐르고 있었다.
교회를 나왔을 때는 어둠이 걷히고 동녘 하늘에는 붉은 햇살이 뻗치기 시작하고 있었다.
장 프랑수아 밀레의 그림 ‘만종’이나 영화 ‘노틀담의 꼽추’ 등에서 우리는 교회의 종소리를 아련히 느끼고 들었다.
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우리는 아침·저녁으로 교회의 종소리를 들으며 살았다.
그 종소리는 교회 입장에서는 미사시간을 알려주는 것이 목적이었겠지만, 신자이건 신자가 아니건 간에 세파에 찢기고 부서지고 멍든 우리의 마음을 달래주고 다독거려 주고 어루만저주는 따뜻한 어머니의 손길과도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그 종소리는 삶에 지쳐 허우적대는 우리의 거칠어진 심성을 부드럽게 다듬어주기도 하고, 어리석음을 깨우쳐주기도 하고, 삐뚤어진 삶을 바로 잡아주기도 하고, 못된 행동을 뉘우치고 반성하게도 하고, 미움과 적개심을 버리게도 하고, 삭막해진 마음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끌어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예수님이 누구인지, 예수님의 사랑이 무엇인지, 교회가 어떤 곳인지를 생가해보게 하면서 교회로, 하느님 품안으로 자연스럽게 오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또한 그 종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바르게 살아라, 나쁜 짓 하지마라, 베풀면서 살아라 하는 무언의 가르침을 주었고, ‘지옥’이라는 무기로 경고도 하고, 나쁜 짓을 할려는 마음을 질타도 했다.
그런데 그 종소리가 단지 금속성으로만 들리는 비신자 일부의 주장 즉, ‘수면을 방해하고 안락한 생활에 지장을 준다’는 항의를 받아들여 금지시키고 말았다.
그들이 주장하는 부정적인 면보다 다수에게 주는 긍정적인 면이 훨씬 많은데도 불구하고 관련기관에서는 소수의 편을 들어주었다.
물론 교회에게도 시정할 점은 있었다. 소리를 크게 내면 내 교회가 더 좋은 교회이고, 홍보도 잘 되어 신자들을 끌어 모으는데 도움이 되겠거니 해서 종탑에 동서남북으로 확성기를 달아 놓고 때를 가리지 않고 종소리에다 찬송가까지 틀어 놓으니 교회 인근에 사는 분들에게는 감내하기 어려웠을 법도 했을 것이고, 또 종에 금이 가서 은은한 소리가 아닌 쇠붙이가 부딪히는 거친 소리가 나는 경우도 있었던 것이다.
이같은 바람직스럽지 못한 방법들을 시정토록 하고 옛날의 그 은은하고 아름다운 교회의 종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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