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에 아이들하고 어떻게 지내니? 지난 목요일 학교 앞 갈비집에서 동아리 모임이 있었어. 여러 선후배들이 다같이 모인 건 참 오랜만이지, 아마. ‘나이 서른엔 우린’을 함께 부르며 스무 살의 불안과 희망을 나누던 우리들이었는데 ‘서른 즈음에’의 청춘도 저물어가는 마흔 줄이 되어서 만나게들 됐네.
모임을 주선한 건 윤주였어. 얼마 전 수녀원에서 나왔는데 괜히 의기소침하지 않고 담담하게 지난 시간을 받아들이는 것 같더라. 능력 있고 우직하던, 우리들의 우상 민규 선배는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는 유명 편집자였다가 출판사를 차렸어. 출판 시장이 어려운 상황인데도 시집을 출판하는 게 꿈이었다면서 적자날 게 분명한 번역시집 시리즈를 내고 있대. 워낙 사교적이고 순발력 돋보이던 성찬 선배는 대기업 과장으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듯 했고. 우리의 맏언니 격인 도연 언니는 결국 남편과 헤어졌다는데 그럼에도 씩씩하고 활기차 보였지. 참, 철우와 혜림이가 여러 번의 이별과 재회를 거쳐 장장 16년 만에 드디어 결혼에 골인했단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만났는데도 다들 여전한 걸 보면 사람의 근본 성향이나 기질은 참 변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명랑했던 사람은 여전히 명랑했고 조용했던 사람은 여전히 조용했지. 그래서 “성격이 곧 운명”이라고들 이야기하는가 봐.
하지만 20년 전에는 모두 같은 학교, 같은 학과의 학생이었는데도 지금은 전혀 다른 삶의 자리에서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걸 생각하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것도 같아. 우리들이 서로의 곁에 가깝게 있지 못한 그 시간, 저마다 견뎌내야 했을 삶의 불가항력 또한 있었을 거야.
다들 너의 안부도 궁금해 했어. 남편을 따라 지방에 내려가 세 아이의 엄마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고 이야기했지. 누구보다 공부를 잘한 네가 전업주부로 지내는 게 친구인 나로서는 아쉽기도 하지만 네 삶에 만족하는 모습 역시 대단해 보여. 친구야, 다음엔 너도 꼭 같이 만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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