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계사년 새해를 맞은 지 벌써 2주가 지났다. 한 해를 시작하며 너나 할 것 없이 새로운 계획들을 세우고 야심찬 시작을 다짐하지만, 2013이란 연도 표기가 익숙해질 즈음이면 많은 각오들이 그 힘을 잃고 만다.
금주, 금연, 스마트폰 덜 사용하기 등 이루어야 할 목표보다 절제해야 할 목표일수록 더욱 그렇다. 망각을 부추기는 뇌세포의 노화는 연초에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모양이다.
한편 신앙의 문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특히 우리는 성탄시기를 보내며 판공성사를 하고 아기 예수님을 맞으며 신앙 여정의 고삐를 다잡게 된다. 그동안 여러 가지 핑계들로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던 평일미사 참례하기, 레지오 빠지지 않기, 가족들과 기도하기 등 다양한 커리큘럼을 준비해 보지만, 왜 그렇게 춥고 눈도 많이 내리고 어쩔 수 없는 모임과 행사가 연이어 있는 것인지.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이 물거품이 되었다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얼마 전 새 사제로 서품된 신부님의 한마디에서 해답을 찾아보고 싶다.
“누구나 첫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언제든지 첫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열린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심삼일의 결과가 허탈함이나 자포자기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 자기 위안이나 합리화로 변질되지 않기 위해 우리에게는 ‘후속조치’가 꼭 필요하다. 한 해를 정리하며 내가 가졌던 마음, 새로운 계획으로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노력하고자 했던 그 마음을 기억해 낼 수 있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금 시작해볼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실패의 핑계를 미리 준비하려는 자아방어를 셀프 핸디캡이라고 한다. 계획이 어그러지고 충족되지 못할 것을 우려한 방어기재라고 볼 수 있겠다. 더 이상 자신의 실패가 두려워 방어막을 미리 세워두는 우매함 보다는 실패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언제든지 첫 마음을 다시 떠올려 새롭게 시작해 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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