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에서 주목해야 할 점
언론에서는 지난달 대통령 선거의 투표에서 세대 차이가 크게 난 것에 대해 크게 보도했다. 50대의 투표율이 90% 가까이 되고, 이들의 선택이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었다. 또한 언론에서는 이 세대의 특징에 대한 분석도 잊지 않았다. 50대는 한국전쟁 이후 베이비부머 세대로서 산업화, 민주화를 주도한 세대이다. 자신들은 부모세대를 부양했지만 부양받는 것을 기대할 수 없으며, 노후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사는 세대이다. 젊어서는 진보적 가치를 선택했지만, 이제는 현실적인 안정을 선택했다는 식의 담론이 많았다.
필자는 이런 담론이 정확한지 평가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50대 이상의 세대에서 다수가 내린 선택이 이번 선거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과 20·30대의 선택과 많이 달랐다는 점에 대해서는 주목하고 싶다.
한국처럼 압축적 근대화를 겪으며 사회 변화가 빠른 사회에서 세대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X세대, N세대, E세대, 스마트세대 등 한국에서 세대란 말은 과도하게 여겨질 정도로 사용되어 왔다. 그럼에도 대통령 선거에서 젊은 세대와 50대 이상의 기성세대 간에 투표성향에서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한국사회의 미래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인구 구성상 급속히 고령화하는 한국사회에서 50대 이상의 인구는 투표권자의 상당한 다수를 차지하며, 표심에 민감한 정치가는 다수를 이루는 고령자의 관심에 정책적 우위를 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젊은 세대와 50대 이상의 기성세대 간 투표성향에 이토록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한국사회의 미래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서 깊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인구 구성상 급속히 고령화하는 한국사회에서 50대 이상의 인구는 투표권자의 상당한 다수를 차지하며, 표심에 민감한 정치가는 다수를 이루는 고령자의 관심에 정책적 우위를 둘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은 수적 열세에 있는 미래 세대들에게 부당한 권리침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감수성 차이
일반적으로 세대의 특성상 고령의 세대와 젊은 세대는 감수성에서 차이가 난다. 예컨대 고령자에게 환경이나 청년실업과 같이 젊은 세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이슈에 대한 위기의식은 높지 않다. 젊은 세대는 어려서부터 지구온난화의 위험과 같이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배우고 자랐기에 이에 대한 감수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국토를 ‘개발’하며 산업화를 이루어 온 기성세대에게서 환경문제에 대한 감수성을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4대강 정책처럼 기성세대가 정책적 우선순위에 따라 결정·추진하는 정책은 환경에 중대한 결과를 끼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 정책결과를 감당하게 될 것은, 정책을 결정·추진하는 지금의 기성세대가 아니라 다음 세대가 된다.
청년실업에 대한 감수성도 그렇다. 50대 이상의 세대는 취업난을 모르는 고도성장기에 사회에 진출했고, 학력 차이에 따른 생산직과 사무직 구분도 자연스레 받아들였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 20대는 대학생이거나 대졸자이며, 대학을 졸업하고도 50%이상은 비정규직에 취업해야 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그렇지만 50대 이상의 기성세대가 취직난과 고학력화가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현상에 충분히 위기의식을 갖고 이에 대한 대응을 정책적 우선순위로 촉구하는 것을 보기는 쉽지 않다. 그보다는, 젊은 세대가 궂은일은 회피하고 편한 일자리만 찾는다는 훈계식의 감수성을 주위 기성세대에서 더욱 많이 보고 있다.
젊은 세대에 대한 감수성을 갖추지 않으면, 갈수록 고령화하는 한국사회는 미래를 내다보며 살기보다 자꾸 과거에 집착하며 살 것이다. 젊은 세대의 이슈와 관심은 사회적 의제에서 쉽게 밀려나고, 투표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성세대의 이슈와 관심이 사회적·정치적 의제로서 중요하게 취급되기 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세대 차이는 단순히 세대 간의 차이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이는 세대 간의 갈등, 나아가 젊은 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착취가 될 것이다.
예수님은 젊은이로서 공생활을 하셨다. 그렇기에 “당신은 아직 쉰 살도 되지 않았는데”(요한 8,57)란 말도 들으셨다. 예수님을 따르던 사도들도, 부모를 떠나 예수님과 여행하며 동고동락할 수 있던, 젊은 세대가 다수였을 것이다. 예수님은 이들 젊은이들을 통해서 하느님은 세계를 바꾸는 새로운 일을 하신 것이다.
젊은이를 위한 사회가 미래를 위한 사회이다. 이 땅의 젊은이들의 기쁨과 희망, 눈물과 좌절을 볼 줄 아는 그런 사회가 희망이 있는 사회이다. 젊은이들을 위한, 미래 세대의 세상을 배려할 수 있는 지혜와 감수성이 지금, 우리 사회에 너무나도 절실하다.
김우선 신부는 예수회 소속으로 현재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예수회 아시아 태평양 지역구 사회사목 코디네이터로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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